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908022057200

의성군 비안면 쌍계리 주민, TK신공항 이전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요구…흉물로 방치된 건물이 도로변 곳곳에

2026-09-08 17:02
쌍계리 주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승강장 앞 이발소가 지지대에 의존한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마창훈 기자

쌍계리 주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승강장 앞 이발소가 지지대에 의존한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마창훈 기자

TK공항(대구경북민군통합공항)사업이 표류를 거듭하면서 이전지로 확정된 주민들이 생업은 물론, 재산권 침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가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7일 오후 1시 40분쯤, 소음피해 완충지로 이주 및 보상이 확정된 비안면 쌍계리 마을회관 앞에서 전상준 TK통합신공항경북보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54)을 만났다.


그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마을회관 안에서 인사를 나눈 박대욱 위원장(79)이 전하는 마을(144세대, 231명)의 현실은 힘겹기만 했다.


전상준 사무국장이 사실상 올해 농사를 포기하면서 잡초가 무릎까지 차오른 박영식 씨 과수원을 찾아 12~13년 이상 된 복숭아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마창훈 기자

전상준 사무국장이 사실상 올해 농사를 포기하면서 잡초가 무릎까지 차오른 박영식 씨 과수원을 찾아 12~13년 이상 된 복숭아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마창훈 기자

박 위원장은 "평생을 천직으로 삼아 농사를 지으며 가꾼 논과 밭, 그리고 가족의 손때와 숨결이 스며들어 있는 집까지 떠나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는 말에 어렵게 가진 것 모두를 내놓았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갇힌 신세로 전락했다"며 정부를 향한 섭섭함을 쏟아냈다.


그렇게 30여분간 대화를 마무리하고, 전 사무국장을 따라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50여m 남짓 걸었을까.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위태로운 상가 건물이 도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녹슨 지지대 사이로 이발소였음을 알리는 빛바랜 문구가 부착된 조그만 건물이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다. 마치 늘어진 신공항 사업의 이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람의 왕래가 활발한 도심이었다면 건물주가 새로 개축했거나, 불가피한 경우 사고 예방 차원에서 행정관청이 절차를 거쳐 철거했을 법한 상황이다.


박대욱 TK통합신공항경북보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박대욱 TK통합신공항경북보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그러나 쌍계리가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마을 곳곳에 방치된 듯한 낡은 건물이 도로변 경관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우려되는 데도 무시한 채 남아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만준 씨(51)가 소유한 한옥이다. 이발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샛길로 30m쯤 떨어진 거리에 있는 배 씨의 집은 기역자 형태의 한옥에 너른 마당을 품고 있었다.


방문마다 걸려있는 자물쇠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 집은 부모님이 물려준 유산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곳곳에 먼지가 내려앉았지만, 배 씨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자 부모님의 숨결이 스며있는 집이기에 지키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하다고 한다.


문제는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개·보수나 증·개축을 하고 싶지만, 개발행위 제한에 따른 허가 문제와 투자 비용이 보상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다 이전지 주민에 대한 보상에서부터 이주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사업계획에 대한 불신까지 쌓이면서 쌍계리의 생활여건은 1970년대 이전의 시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전 사무국장은 "신공항 사업 지연에도 2020년 9월과 2023년 1월 각각 고시된 토지거래허가와 개발행위 제한 등의 각종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쌍계리 주민의 재산권 침해는 심각한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이 와중에 보상 절차마저 불확실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남았다"며 관계 당국의 적절한 대응책을 요구했다.


전상준 TK통합신공항경북보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마창훈 기자

전상준 TK통합신공항경북보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마창훈 기자

지난 5일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 당시 자신이 최유철 군수에게 '쌍계리를 비롯한 이주편입지역이 처한 현실에 대해 명확한 책임의 주체를 밝힐 것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이주대상자로 확정된 주민이 사망할 경우, 그에 따른 권리를 모두 승계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상화 씨(44)가 그렇다. 부모님으로부터 집과 토지 등의 유산을 상속받은 그는 고향에 돌아와 이웃과 살고 싶지만, 물려받은 유형의 재산에 대한 보상 외 이주대상자로서 누릴 수 있는 지원과 혜택에서는 제외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쌍계리 주민들의 분노는 극을 치닫는 양상이다. 전 사무국장은 "소유한 주택과 토지 등 재산에 대한 보상은 되지만, 그 외에 이주대상자로 받는 지원과 혜택 등 다른 권리는 승계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결국 이 현상을 나쁜 감정으로 풀어본다면, '신공항사업은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지원예산을 아끼기 위해 이주대상자로 지정된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토지와 주택을 비롯한 지장물 조사가 미뤄지는 데 따른 부작용은 생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마을에서 벗어나 승용차로 구불구불한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라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박영식 씨(78)는 수종 갱신을 고민하다가 결국 올해 농사를 접었다.


부모님에게 상속받은 뒤 보수를 하고 싶었지만, 개발행위 제한과 보상제한 등의 규정으로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배만식 씨 한옥. 너른 마당이 인상적이다. 마창훈 기자

부모님에게 상속받은 뒤 보수를 하고 싶었지만, 개발행위 제한과 보상제한 등의 규정으로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배만식 씨 한옥. 너른 마당이 인상적이다. 마창훈 기자

수령이 13~15년으로, 병해충에 취약해 생산성이 떨어진 복숭아나무를 좋은 품종으로 교체할 시기가 지났다. 하지만 수령 1~2년차 나무에 대한 낮은 보상가 탓에 수종갱신을 포기한 것이다. 고목일수록 높은 보상가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생업을 위해 신품종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3년째부터 수확이 가능한 탓에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 그의 과수원은 잡초가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방치된 상태였다.


고령인 박씨는 과수원 농사를 남의 손을 빌려 관리해야 할 처지인 데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지장물 조사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현실이 농사를 포기하게 만든 셈이다.


전 사무국장은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남아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관련 규제를 해소하거나, 특별조치법 제정 등을 통해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의성군은 개발행위 제한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각종 규제에 따른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과수 갱신과 같은 생업에서부터, 주택 개·보수 등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초점을 맞추는 한편, 관련 법령 검토에도 주력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상속받은 뒤 보수를 하고 싶었지만, 개발행위 제한과 보상제한 등의 규정으로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배만식 씨 한옥. 부모님이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에는 바람을 막기 위한 용도로 추측되는 비닐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마창 훈기자

부모님에게 상속받은 뒤 보수를 하고 싶었지만, 개발행위 제한과 보상제한 등의 규정으로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배만식 씨 한옥. 부모님이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에는 바람을 막기 위한 용도로 추측되는 비닐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마창 훈기자

이와 관련해 최유철 의성군수는 지난 5일 의성군 비안만세센터에서 개최된 주민간담회에서 "주민 피해와 불편 최소화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보상 절차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밝혔다. 이어 "신공항 사업이 지역 주민의 희생과 불편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만큼 피해를 보는 주민의 목소리가 사업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대구시와 경북도 등 관계기관과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기자 이미지

마창훈

경북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전합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