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가스공사. 대구시 제공.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의 통합 방침을 확정했지만, 실제 통합공사 출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부실 처리에서부터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 보호, 대구·울산 간 본사 유치경쟁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앞서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르면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된다. 석유와 가스로 나뉜 자원개발 기능을 일원화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고, 산유국과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통합 방식, 부채 처리, 기능 재배치, 본사 소재지 등을 포함한 통합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난제①: 60조원대 부채에 노조 반발
최대 난제는 두 기관의 재무 부담이다. 2026년 상반기 기준 가스공사의 부채는 약 40조5천900억원,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부채는 약 21조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노동조합은 재무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먼저 석유공사 노조는 막대한 부채를 안은 상태에서 두 기관을 통합하면 서로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산업은 각각 다른 전문성과 업무체계를 갖추고 있어 단순한 기관 통합이 에너지 안보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도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부실자산이 사전에 정리되지 않고 통합법인의 자회사 형태가 돼 회계상 연결재무제표로 묶이는 순간 석유공사의 22조원 부채는 가스공사의 장부에 고스란히 합산된다"며 "현재도 미수금 때문에 높은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약 600%로 폭증하고, 신용등급이 추락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신용도는 붕괴되고 외화 조달금리는 폭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난제②: 민간 주주 보호와 입법 절차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를 어떻게 보호할지도 문제다. 석유공사는 정부가 전액 출자한 비상장 공기업이지만 가스공사에는 정부·한국전력·지자체 등 공공주주 외에도 외국인·국민연금·일반투자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 주주가 존재한다고 해서 통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가스공사가 석유공사의 부실을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되면, 기업가치와 주주 권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민간 주주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법적 절차도 복잡하다. 두 기관은 각각 가스공사법과 석유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 공기업이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려면 통합 방식에 따라 관련 법률을 개정·정비하거나 별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통합 추진 과정에서 필요하면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해외자원개발의 중복투자를 줄이는 한편, 국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합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비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난제③: 대구·울산 본사 유치전 격화
통합공사의 본사 위치를 둘러싼 대구·울산 간 경쟁도 변수다. 가스공사는 대구, 석유공사는 울산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다. 대구시는 가스공사가 조직과 매출·자산 규모에서 석유공사보다 크고, 전국 천연가스 공급망을 관리하는 중앙통제 기능도 대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가스공사 노조도 대구에 기존 사옥이 있고 본사 앞 부지에 추가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석유공사 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울산시는 석유·가스와 정유·석유화학, 수소·암모니아 산업은 물론 항만과 저장 인프라까지 집적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원 확보와 비축, 활용, 에너지 전환 기능을 연계하려면 울산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석유공사 노조도 울산이 국내를 대표하는 에너지산업 도시라는 점을 들어 통합공사 본사를 울산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임명된 두 기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3월5일, 홍의락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7월29일 각각 취임했다. 홍 사장 취임 약 5주 만에 두 기관의 통합 방침이 나온 셈이다. 두 사장의 임기는 각각 3년이다. 임기 내 통합공사가 출범할 경우 기존 기관의 법적 처리 방식과 통합공사의 지배구조에 따라 두 기관장의 거취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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