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9월 발표’ 공언했지만 8월 들어 10~11월로 밀려
홍지선 국토부장관 후보자 “연내 발표 노력”…공공기관 이전 하세월
잔류 기준부터 지역 배치까지 아직 안갯속…대구·경북 추가 이전기관 질문에도 “향후 종합 검토”
16일 국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쟁점 부상
강대식 의원 “공론화가 또 다른 지연 명분 돼선 안 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영남일보DB
이재명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핵심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의 발표 시기가 계속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비수도권이 속을 태우고 있다. 정부는 당초 9월 발표에서 10~11월로 한 차례 미룬 이후 또다시 '4분기'라는 애매한 시점을 들고 나왔다. 더 나아가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취임 후 의견 수렴 및 심의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혀 연내 확정발표도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경제·문화·사회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몰리면서 고사 직전에 직면한 지역은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희망을 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목을 매고 있지만, 정부는 하세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정부 출범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의견수렴과 심의도 거치지 않고 '뭐했냐'라는 질타의 목소리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늦어도 9월 안에는 구체적인 윤곽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말에는 "가능하면 8월 정도에 마무리하고 마지노선은 9월"이라고까지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전 대상 결정 시점을 10~11월로 늦췄다. 정부는 지난 3일 공식 발표를 통해서도 시한을 '4분기'로 못박았다. 당초 9월을 목표로 제시했던 이전계획 발표가 최대 석 달가량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분기 이전계획 확정' 방침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영남일보가 국민의힘 강대식(대구 동구-군위군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홍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답변에 따르면, 강 의원은 홍 후보자에게 올해 안에 이전 대상과 이전 지역, 이전·이주 계획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인지를 물었다. 강 의원의 요지는 이전 대상과 이전지, 이전·이주 계획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로드맵의 확정 시점을 밝혀 달라는 것이다.
이에 홍 후보자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 균형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인 만큼 차질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홍 후보자는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정부의 방침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그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사안으로 의견 수렴 및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충실히 거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취임하게 된다면 정부가 밝힌 추진 방향에 따라 관련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연내 국민께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확정' 방침이 차기 주무부처 수장 후보자의 답변에서는 '노력'으로 후퇴한 셈이다. 홍 후보자가 의견수렴과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등을 전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정을 또 한 번 늦추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 후보자는 대구·경북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추가 이전기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 강 의원은 대구혁신도시와 경북혁신도시의 기존 기능군과 지역 전략산업을 고려할 때 어떤 유형의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물었다. 이에 홍 후보자는 "5극3특 성장엔진, 기존 혁신도시의 기능군, 지역 인프라 등을 충분히 고려해 이전 대상기관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만 밝혔을 뿐, 대구·경북에 적합한 기관이나 기능군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인 이전 기관은 향후 전체적인 이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전 대상기관을 가려낼 기준과 규모 역시 아직 안갯속이다. 강 의원이 수도권에 남겨둘 기관의 구체적인 기준과 이전·잔류기관 수를 묻자 홍 후보자는 "구체적인 잔류 기준은 지방시대위원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이전·잔류기관의 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전 시기뿐 아니라 대상기관과 수도권 잔류 기준, 대구·경북을 포함한 지역별 배치까지 핵심 쟁점 상당수가 여전히 '의견수렴'과 '향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강 의원은 오는 16일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서면답변을 토대로 정부와 후보자의 공공기관 이전 의지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정부가 약 350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각 기관과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를 남은 몇 달 안에 조정하고 이전 대상과 지역·규모까지 확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따질 방침이다.
강 의원은 이날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9월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던 정부가 정작 9월이 되자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이유로 또다시 결정을 미루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공론화가 또 다른 지연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9월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다면 그 전에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작 발표할 시점이 되자 다시 의견수렴 미비를 이유로 미룬다면, 앞으로도 '의견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얼마든지 일정을 늦출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의 모든 비수도권 지역에서 고대하고 있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기관 유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일자리와 인재 채용, 관련 산업 집적과 정주인구 확대가 맞물린 핵심 균형발전 정책이다. 정부가 스스로 '속도감 있는 이전'을 내세운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원칙이나 검토가 아니라 이전 대상과 지역, 시기를 확정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홍 후보자가 16일 청문회에서 기존의 '노력하겠다'는 답변이 아니라 연내 계획 확정과 2027년 실제 이전 착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을지 비수도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정혁
서울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