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정치권이나 SNS에서 '소인배'니 '대인배'니 하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다. 말의 생김새를 보면 '소인배(小人輩)'의 반대말을 묻는다면 '대인배(大人輩)'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소(小)가 있으니 반대는 대(大)이고, '소인배'가 있으면 '대인배'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유교 고전에서 소인의 반대편에 놓인 말은 대인배가 아니라 군자(君子)다. 소인배는 '소인'에 무리나 부류를 뜻하는 '배(輩)'가 붙은 말이다. 한자만 놓고 보면 '대인(大人)'은 이상할 게 없다. 큰 인물이나 덕이 높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쓰였다. 문제는 '배(輩)'다. 소인배·불량배·폭력배처럼 대체로 좋지 않은 사람들을 묶어 부를 때 많이 쓰였다. 그래서 '대인배'는 전통적인 한자어 감각으로는 조금 어색하다. 한자를 거의 쓰지 않게 되면서 한자어가 어떤 글자로 이루어졌고 본래 무슨 뜻인지도 알기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소인배'의 '소'를 '대'로 바꾼 '대인배' 같은 말도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법하다.
재미있는 것은 '대인배'의 현재 위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지만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우리말샘은 새말·방언·전문용어 등 실제 쓰이는 말을 폭넓게 담는 개방형 사전이다. 대인배는 여기서 '마음 씀씀이가 넓고 관대한 사람 또는 그런 무리'로 풀이된다. 표준어로 공인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소인배의 반대의미로 제법 단단히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이제는 '대인배'를 잘못된 말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말은 어원을 벗어나서도 사람들이 쓰면서 새 뜻과 생명을 얻는다. '대인배'가 꼭 그렇다.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