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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나이지리아의 합동결혼식

2026-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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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나이지리아의 합동결혼식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 시에서 주정부가 1천500쌍의 합동결혼식을 열어주었다. 눈부실 정도로 빨간 히잡을 입은 신부와 빨간 모자와 하얀 로브를 입은 신랑이 유서 깊은 에미르 궁에서 혼례를 올렸다. 그 이튿날 주지사가 피로연을 열어주었다. 이틀간 이 도시는 잔잔한 흥분과 빨간색 물결이었다. 이 합동결혼식은 2012년에 시작하여 매년 규모가 커져왔다. 과부, 이혼녀, 저소득층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것.


나이지리아는 가난한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1천761달러. 이슬람 폭력단체인 보코 하람의 살인과 납치도 골칫거리다. 주정부가 이 합동결혼식에 지출하는 예산은 15억 나이라(약 1백만 달러)로 엄청난 예산이다. 신혼부부는 735달러어치의 침대, 매트리스, 침구, 가구 등 혼수품과 식료품까지 제공받는다. 신부지참금으로 10만 나이라(73달러)와 또 그만큼의 사업자금 혜택도 있다. 이 나라에선 이런 횡재가 없다.


올해 5천쌍이 신청을 하였는데 이슬람 경찰이 법적 종교적 자격을 따져 1천500쌍을 가려냈다. 지원자는 HIV, 간염, 임신 및 유전자형 적합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 여성은 자기 동생을 신랑으로 꾸며 신청하다 들통이 났고, 한 기혼남은 가족을 숨기고 신청하다 발각되었고, 한 사기꾼은 경찰인 것처럼 뇌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모든 혜택과 수속은 무료임을 거듭 밝혔다. 보코 하람 테러 때 처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졌던 한 남성은 이 결혼식으로 희망을 얻었다. 아내와 5명의 자녀를 둔 43세의 가장도 선발되었는데 이 사회는 일부다처제가 용인되는 이슬람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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