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흔히 마일스 데이비스의 존재가 현대 재즈의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과감한 선택을 이어갔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였지만 자신의 성공에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음악의 경계를 넓혀갔던 인물이다.
그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당시 재즈에서는 코드의 변화가 곡의 멜로디와 즉흥연주를 이끌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재즈신에서 지금도 명반이라 불리는 그의 앨범 'Kind of Blue'를 녹음할 당시, 연주자들에게 건넨 악보에는 고작 두 개의 코드만 적혀있던 곡이 있었다. 한 동료 연주자가 이를 보고 의문 섞인 불만을 토로하자 마일스는 짧게 대답했다.
"So what?"
바로 'Kind of Blue'에 수록된 'So What'이라는 곡에 얽힌 일화다. 코드의 복잡한 변화 대신 선법(mode)을 중심으로 연주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한 모달재즈의 대표적인 곡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연주자들의 셋리스트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기존의 방식으로 충분히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그가 굳이 익숙한 방법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이미 경험해본 방식, 실패하지 않았던 방법, 과거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선택을 다시 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예술가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자신의 이름으로 어느 정도의 결과를 만들어낸 예술가일수록 새로운 시도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객 앞에 서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예술가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 가지 방식을 깊이 파고드는 것 역시 훌륭한 예술적 태도이다. 다만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자신이 편한 것을 구분할 필요는 있다. 익숙해서 반복하는 것인지, 정말 그것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어서 반복하는 것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에게 새로운 시도는 때로 대중의 반응과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관객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자신만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일스가 두 개의 코드만 적힌 악보를 내밀며 "So what?"이라고 말했던 순간처럼, 예술가에게 때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하나씩 덜어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과 망설임을 "So what?"이라는 짧은 한마디로 가볍게 넘겨낼 수 있다면,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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