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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창] AGI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26-09-23 06:00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하나의 오래된 확신 위에 세워져 왔다. 세계를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라는 확신. 우리는 이 믿음 위에 도시를 세우고 제국을 일으켰으며, 별의 궤도를 계산하고 원자의 구조를 들여다보았다.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척도라 불렀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인간의 확신은 늘 번번이 무너지곤 했다. 스스로 우주의 중심이라 믿었던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한낱 돌덩이임을 알게 되었다. 신의 형상을 본떠 지어졌다 믿었던 우리는, 다른 짐승과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의 마음을 순수한 이성의 궁전이라 믿었던 우리는, 그 아래 어둠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음을 배웠다. 인간의 역사는 곧, 스스로를 특별하다 여겼던 자리에서 거듭 내려서는 겸허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제 또 다른 겸허의 역사가 시작되려 한다. 이번에 내어주는 것은 우주의 중심도 생명의 왕좌도 아니다. '오직 인간만이 생각한다'는 최후의 자부심이다.


지난 9월3일, OpenAI는 GPT-6 Astra를 공개했다. 회사는 이 모델을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이고 정렬된 모델이라 부르며, 컴퓨터 사용과 웹 브라우징, 보안, 과학, 전문 업무 전반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숫자는 더욱 도발적이다. FrontierMath 최상위 단계에서 98%, ARC-AGI-3에서 99%, 취약점 탐지에서 100%, 그리고 수능 전과목에서의 만점 달성.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위에 얹힌 하나의 선언이다. OpenAI의 그렉 브록만은 출시 직후, 훗날 사람들이 Astra를 인공일반지능(AGI)이 도래한 순간으로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AGI란, '인간과 유사한 지능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궁극적인 AI'를 말한다. 무대 위에서 그가 남긴 말은 훨씬 간명했다. 'AGI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만일 브록만의 말이 맞다면, 우리가 정말로 스스로 사유하는 기계 앞에 서 있다면,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하게 될 것은 무엇인가. 이 사건의 무게를 지난 어느 변혁에 견줄 수 있겠는가.


불을 손에 넣은 순간 인류가 짐승의 밤에서 벗어났듯, 문자를 발명한 순간 기억이 개인의 죽음을 넘어 영원의 역사를 얻었듯, 기계의 굉음이 들판의 농부를 도시의 노동자로 바꾸어 놓았듯, 지금의 변화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좌표 그 자체를 다시 새기려 한다.


Astra는 이미 인간처럼 화면을 읽고 커서를 움직이며 소프트웨어를 다룬다. 별도의 연결 장치 없이도 세금 신고서를 채우고, 고객 정보를 갱신하며, 여러 단계의 업무를 사람의 감독 없이 끝까지 처리한다. 손과 발을 대신하던 기계와 달리, 판단 그 자체를 대신하는 존재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거대한 전환은 언제나 대부분이 잠든 고요 속에서 시작되었다. 로마의 시민들이 제국의 마지막 날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살았듯, 중세인들이 인쇄기 아래에서 세계가 뒤집히는 줄도 모른 채 하루를 보냈듯, 오늘날의 우리 또한 이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익숙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의 굉음은 늘, 그것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귀에 들리는 법이니까.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시대에 등을 돌리는 것도, 스스로 사유하기를 멈추고 그 앞에 무릎 꿇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깨어 있는 눈이다. 이 안에서 인간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로 배워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 냉정함이다.


인류의 오랜 이야기가 한 장을 덮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 장의 제목이 무엇으로 남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AI에 무심했다면, 오늘부터라도 관심을 가져보자. 살펴보고, 써보자. 역사는 이 순간 깨어서 판단한 자와, 잠든 채 휩쓸린 자를 결코 같은 이름으로 기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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