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쪽방상담소, 21년째 합동차례상 마련
쪽방 주민 40여 명 모여 명절 온기 나눠
“혼자선 못 느낀 명절 분위기, 함께하니 좋아”
22일 오후 대구 중구 프로토타운 북성로 본부에서 열린 추석 합동 차례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이윤호 기자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2일 오후 4시 대구 중구 프로토타운 북성로 본부 1층.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감도는 차례상엔 동그랑땡과 산적, 굴비와 송편, 사과, 배가 올랐다. 정성껏 차린 상 앞으로 쪽방촌 주민 40여명이 모였다. 주민 한 명이 제주를 맡아 술을 올리고 두 번 절하자 다른 주민들도 함께 몸을 숙였다. 몸을 굽히기 어려운 주민들은 고개를 숙여 절을 대신했다. 이날 대구쪽방상담소가 마련한 추석 합동차례상은 저마다의 사정을 지닌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자리다. 올해로 21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구 비산동 쪽방에 거주하는 강태희(여·69)씨는 "이 행사가 없었으면 오늘도 집에 혼자 있었을 것"이라며 "명절엔 일거리도, 갈 데도 없어 집에만 있다 보니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여기 오면 함께 차례를 지내며 이야기도 나누고 명절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추석 합동차례상에 참여한 박종식(60)씨에게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박씨는 "명절이 되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형제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아 보통 명절에는 혼자 집에 있는 편"이라며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라도 함께 차례를 지내니 넘 좋다"고 했다.
22일 오후 대구 중구 프로토타운 북성로 본부에서 열린 추석 합동 차례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절을 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차례상에는 봉사자들의 정성도 더해졌다. 코스모스로타리클럽 회원 10여명이 이날 제사 음식(50만원 상당)을 준비했다. 4년 전부터 합동차례상 음식 준비를 돕고 있다는 최은지(여·46) 총무는 "봉사를 하면서 쪽방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생겼다"며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시면 기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을 땐 뿌듯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차례를 마친 주민들은 서로 덕담도 나눴다. 서로를 향해 맞절하며 "다들 건강하세요"라고 외쳤다. 이후 둥글게 마주 앉아 차례 음식을 먹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명절마다 물품을 후원하면서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안부를 나눌 자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명절에 더 커지는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려는 취지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서도 오늘 함께한 이웃들을 떠올리며 조금은 덜 외롭게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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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홍예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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