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경북 김천의 한 가족이 군에 간 남편의 첫 휴가 당시 뒷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독자 제공>
1960년대, 4대가 한집에 모여 살던 한 가족의 모습이 빛바랜 사진 한 장에 남아 있다. 사진 한 장도 귀했던 시절이다.
사진에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증조할머니와 할머니가 자리하고 있다. 증조할머니는 6·25전쟁 때 남편을 잃고 43세에 청상이 됐고, 할머니 역시 33세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두 시어른을 모시며 사남매를 키운 젊은 새댁과 군인 남편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두 할머니는 모두 아들만 낳아 딸이 없었다. 두 할머니에게 처음 태어난 손녀는 누구보다 귀하고 특별한 존재였다. 할머니 품에 안겨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첫 손녀는 세월이 흘러 자신이 받은 사랑을 주변에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사진 한쪽에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시동생의 앳된 모습도 보인다. 선하고 평범했던 학생은 훗날 군인이 됐다. 1969년 월남전에 참전해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참전했고, 여러 훈장을 받은 참전용사가 됐다.
한 장의 사진에는 한 가족의 삶과 한 시대의 시간이 함께 담겼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견뎌낸 두 할머니, 가족을 위해 사남매를 키운 젊은 새댁과 군인 남편, 그리고 훗날 전쟁터로 향한 고등학생의 모습이다.
사진 속 어린아이는 이제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는 여전히 할머니 품에 안긴 첫 손녀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 속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이제 그날의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은 사진 속 그 아기뿐이다.
그는 김진호의 노래 '가족사진'을 들으며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본다. '빛바랜 사진 속에 아기가 생기고'라는 노랫말을 들으면 품에 안겨 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족을 노래한 곡이지만, 함께했던 가족들이 모두 떠난 지금은 노래를 듣는 마음도 아련하다.
해마다 떠난 가족들의 묘소를 찾아 주변을 정리한다. 올해는 국화꽃을 심었다. 정성을 다해 주변을 정리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나비 한 마리가 새로 심은 국화꽃에 내려앉았다. 잠시 국화꽃에 머문 나비를 바라보며 떠난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여전히 4대의 가족이 함께 있다. 오늘의 그 아이는 사진 밖에서 국화꽃을 가꾸며 떠난 가족을 기억한다. 국화꽃에 내려앉은 나비 한 마리가 지나간 세월과 남겨진 사랑을 조용히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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