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922028409859

[자유성] 은행털기

2026-09-23 06:00
  • 가
  • 가
  • 가
  • 가
  • 가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는 크게 조성된 가로화단(街路花壇)이 인상적이다. 화단의 면적이 넓기도 하려니와 식재된 나무도 키가 큰 교목 위주여서 우거진 숲을 연상시킨다. 강수량이 부족한 데다 겨울에는 극한 추위가 지배하는 알마티 주변의 산과 들은 대부분 풀로 덮여 있다. 거기에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키 작은 나무들만 듬성듬성 자랄 뿐이다. 호수나 하천변, 민둥산의 골짜기와 비탈면에 가문비나무가 군생하지만 극히 일부다. 그곳의 가로화단과 시내의 공원을 보노라면 카자흐스탄인들은 산에 없는 숲을 도심에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좁은 공간에 남천 등 작은 관목, 그리고 가지 잘린 가로수가 서 있는 우리나라의 화단과 대조적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지자체마다 은행나무 열매 털기에 바쁘다. 다 익은 열매가 도로를 덮으면 고약한 냄새가 날 뿐만 아니라 밟으면 신발에 묻어 애를 먹이기 때문이다. 대개 진동수확기로 나무를 흔들어 따는데 이 과정에서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잔가지가 부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 은행나무는 이뿐만 아니라 무자비하게 가지를 쳐내서 닭발가로수로 만들어지는 수난도 흔히 당한다.


알마티의 가로화단이 숲처럼 보이는 것은 아름드리 교목이 많기도 하지만 나무의 줄기와 가지가 자랄 만큼 자라게 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냄새가 난다든가 상가의 간판을 가린다는 등의 이유로 열매를 털어내고 무자비하게 가지를 잘라내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나무를 흔들어 은행을 터는 대신 열매 수집망을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열매를 모으는 주머니에는 "은행나무야 고마워"라는 글귀도 쓰여 있다. 냄새난다고 무턱대고 털어내기에 앞서 가로수의 고마움을 새겨보자.



기자 이미지

이하수

상주에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