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변호사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최중증 자폐 아들(2세 지능)을 26년간 홀로 키운 60대 남자는 지난해 4월, 시한부 6개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그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자신이 떠난 후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는 일이다. 6개월간 1천여 장애 시설을 알아봤지만 하나같이 다 거절당했다. 그에겐 너무나 소중한 아들이지만, 남들에겐 '덩치는 큰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언제 공격성 행동을 보일지 모르는 위험한 남성'이었다. 절망 속에 있던 그의 사연이 올해 3월,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후원이 쏟아졌고(그의 표현에 의하면 '새벽하늘에서 별똥별의 폭격이 쏟아졌다') 방송 한 달 만에 아들이 지낼 수 있는 생활공동체를 만났다. 이달 초에 세상을 떠난 '피터팬 아빠' 고(故) 전경철씨 이야기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21세기 현실 동화의 탄생'(그의 브런치 글에 있는 표현이다)이 쉽게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좋은 대학을 나와 한때 유망한 IT기업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전적인 돌봄이 필요한 아들로 인해 사회와도 거의 단절된 채 살았던 그의 생애 마지막 1년(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1년6개월을 살았다)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들을 위한 생활공간을 찾는 소원을 극적으로 이뤘고, 한순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그가 브런치에 써둔 글 중 일부가 방송 후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사망 소식에 수많은 이들이 그를 애도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통령까지 나서서 고인의 뜻을 잊지 않겠다며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자폐 아들을 너무나 사랑한 아버지는 갔지만, 그 후 아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눈물은 흘리겠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가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별똥별의 폭격'을 맞고 난 이후부터 그는 꿈을 꾸었다. 자신은 운이 좋아 아들을 살렸지만 그렇지 못한, 자식보다 단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의지할 곳이 없음을 너무 알기에 그의 아들처럼 부모가 없게 된 성인 중증 발달장애인의 생활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 말기 환자가 건강한 사람도 소화하기 어려운 수많은 언론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하며 가칭 '피터팬 재단' 설립을 위한 후원을 호소했고, 간암 말기로 피를 토하면서 죽는 순간까지도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준비에 매진했다.
그는 끝내도 될 '동화'를 스스로 확장했고, 그 확장으로 인해 '동화'의 해피엔딩이 쉽지 않아 보였다. 피터팬 재단은 그의 사후에야 공식 후원계좌가 만들어졌는데, 후원금 총액이 재단법인을 만들기 위한 요건인 5억 원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서다. 지난 17일 기준 아직 2억6천만 원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재단법인 피터팬 창립준비위원회 공식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나흘 동안 약 1억 원이 더 들어왔지만 21일 현재 1억6천만 원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기한은 이달 26일. 올해 안에 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마감 날짜다. '병들고 가난하고 지친 노인'이 꾸었던 꿈이 '한여름 밤의 꿈'(모두 피터팬 아빠의 표현이다)으로 끝나지 않고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그 정도 후원금이 모아진 자체로 이례적이지 않은가. 나는 다른 피터팬 재단 후원자들과 마찬가지로 가슴 졸이며 '21세기 현실 동화의 탄생'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기적은 분명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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