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만난 원서현(왼쪽), 윤다혜 씨가 올해 추석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지난 22일 대구 달서구 성서산단에서 영남일보 취재진과 만난 원서현(42)씨와 윤다혜(42)씨는 동갑내기 친구다. 두 사람 모두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자녀를 키우고 있다. 서현씨는 2008년 홀로 한국에 들어와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 귀화했다. 다혜씨는 2007년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온 뒤 4년 만에 귀화한 케이스다. 한국에 온 계기와 국적을 얻은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가족을 꾸리고 일하며 명절의 변화도 함께 겪었다.
취재진이 한국에 정착하며 겪은 명절 변화에 대한 물음에 먼저 운을 뗀 건 서현씨. 그는 결혼 전 명절 때마다 대구에 있는 베트남 친구들과 어울렸다. 연휴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고 여행을 다녔다. 평소 각자의 일터에서 지내던 친구들이 모여 안부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서현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베트남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고 놀았다. 여행도 함께 다녔다"고 말했다.
2020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뒤부턴 베트남 친구들과 고향 음식을 나누던 명절 연휴가 가족과 함께 쉬는 힐링 시간이 됐다. 서현씨는 결혼 직후 시어머니와 한 건물에 살았다. 시어머니는 1층, 서현씨 부부는 2층에 살았다. 매년 명절 때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21년 시어머니가 먼저 명절 차례를 지내지 말자고 했다. 한국 요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서현씨를 위한 배려였다.
서현씨는 "시어머니가 형님도 요리를 잘 모르고, 저도 한국 요리를 할 줄 모르니 힘들게 요리를 준비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은 추석에 함께 밥 한 끼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며 "이번 추석 연휴엔 가족들과 밥 한 끼를 나눈 뒤 남편, 여섯 살 아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귀화한 이후,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더 끈끈해졌다. 올해 설 명절에 명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고,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가족과 함께할 생각에 마음이 따뜻하다"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만난 원서현(왼쪽), 윤다혜 씨가 올해 추석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서현씨와 다르게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온 다혜씨는 처음부터 시댁 식구들과 설·추석 명절을 보냈다. 남편을 따라 큰집과 작은집을 찾아 인사하고 차례를 지냈다. 베트남에도 음력 8월15일을 기념하는 풍습이 있지만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달랐다. 다혜씨는 "베트남의 추석은 어린이날처럼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먹고 선물을 받는 날"이라며 "설날이나 추석에 제사도 지내고 가족들을 찾아 인사하는 문화가 처음에는 신기하고 낯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낯선 풍습이 익숙해진 건 2011년 한국 국적을 얻은 게 결정적이었다. 취재진이 귀화 계기를 묻자, 다혜씨는 "남편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러 다니는 번거로움을 덜자고 권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일상의 연장선에 '귀화'라는 매개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별세하면서, 이 같은 명절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 집안 어른들이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이 각자 명절을 보내게 되면서다. 친척 집을 오가며 인사를 하는 대신 남편, 아이들과 여행하거나 쉬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 설·추석 연휴 때마다 캠핑을 떠난 지도 몇 해째다. 올해는 충남의 한 캠핑장에서 가족과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다혜씨는 "어른들이 계실 때는 찾아뵙고 인사했는데 지금은 각자 가족끼리 보낸다"며 "친척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우리끼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서현씨와 다혜씨는 취재진에 한국에서 보낸 명절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고향 음식과 지인들이다. 이들은 베트남 명절 때마다 먹는 음식을 한국 명절에서도 꼭 챙겨 먹는다. 이 음식을 대구에 있는 베트남 친구들과 나눠 먹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서현씨는 "추석에는 월병을 한두 개라도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고향 음식을 친구들과 나누는 행복이 크다"고 했다. 다혜씨도 "예전에는 베트남 음식을 고향에서 보내주거나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가져와야 했다. 지금은 와룡시장에 가면 다 판다"며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니 명절쯤 되면 쉬는 날 놀러 오라고 전화와 문자가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시웅
현장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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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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