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엔 내공·경륜 중요
여럿 공유하는 形式知 한계
인사 라인 暗默知 군색한 듯
메커니즘 복잡다단 부동산
암묵지 능한 명장 조화 필요
박규완 논설위원
이현중만 보였다. 한국 남자 농구 이야기다. 이현중은 아시안게임 6경기에서 평균 24득점, 9.7 리바운드, 2.3 스틸, 4.2개 3점 슛을 기록했다.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44년 만의 원정 경기 금메달은 이현중 없이는 불가능했을 터다. 농구에 최적화된 유전자 덕분일까.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기 때문일까. 이현중은 슛을 쏠 때 포물선의 궤적과 자세가 살짝 남달랐고 플레이는 심플했다. 일종의 암묵지(暗默知)다. 이현중의 어머니는 전 여자 농구 국가대표 성정아다.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국어사전엔 암묵지를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體化)돼 있지만 말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즉 달인의 내공이나 제조 명장의 경험칙과 노하우가 암묵지에 해당한다. 육화(肉化)하거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라 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암묵지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고수 또는 숙련공의 축적된 경험, 요령, 재기(才器), 비법, 직관이 뭉뚱그려진 견식(見識)의 총합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파동은 청와대 인사 라인의 부실함을 고스란히 노정했다. 2기 내각 2명의 사퇴를 포함해 이 정부 1년 3개월간 장관 후보자 5명이 낙마했다. 검증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인사에 담으려 했던 탕평·통합·개혁·여성의 메시지는 하릴없이 증발했다. 김승원 의원에겐 신약 청탁, 음주 운전 외에 여기자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 여의도에 파다했던 소문까지 걸러내지 못했단 얘긴데, 이쯤 되면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현지 1부속실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포함한 경기·성남 라인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용채 인사비서관, 전치영 민정비서관 등 인사 실무책임자의 경륜이 일천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륜이 일천하다? 암묵지가 군색하다는 말과 상통한다.
국정 운영은 형식지(形式知)만으론 부족하다. 형식지는 문서나 매뉴얼같이 형식을 갖추어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지식을 말한다. 부동산처럼 현장의 메커니즘이 복잡다단하고, 시장의 자율기능을 살리면서 규제의 조화로움을 이뤄내야 하는 분야는 암묵지에 능한 명장(明匠)이 필요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값, 전셋값은 도무지 숙지지 않는다. 성북구에서도 국민평형(전용 84㎡) 10억원의 전세가가 등장했다니 놀랍다. 실거주 유예기간을 다시 늘린 것도 애초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의 암묵지 결여가 의심스럽다.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불편·불만이 제기되는 까닭도 획일적 제도 시행의 역작용이다. 무단 휴경, 불법 임대차 여부는 농사 현장의 우여곡절까지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킨답시고 관행적이며 경미한 위반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하다. 농지법 위반 의심지역으로 분류된 27% 농지에 대한 처리 또한 정부 능력의 시험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년공에서 변호사로 변신했고, 지방자치단체장 시절엔 업무 평가 1위를 도맡았다. 변방의 비주류에서 민주당 대표로, 그리고 경기도지사의 무덤이라던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그 지난한 여정에서 터득한 이재명표(標) 암묵지가 분명 있을 것이다. 실력, 처세, 인내, 용인술, 경험칙, 내공, 판단력을 아우르는 암묵지 말이다. 그래서인데 참모를 기용할 때 그들의 암묵지(暗默知)까지 살펴보면 어떨까 싶다.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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