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문안 문자로 민심 탐색전…6개월 앞두고 물밑 경쟁 수면 위로
국민의힘 공천·무소속 후보 구도·민주당 출마 여부가 3대 변수
고령군수에 거뢴도고 있는 8명의 후보군. 각 본인 제공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고령군수 보궐선거의 시계가 추석을 앞두고 빨라지고 있다.
공식 출마 선언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곳곳에는 출마 예상자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이 걸리고 주민들에게는 문안 문자가 전달되고 있다. 명절 인사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첫 민심 탐색전의 성격도 짙다.
현재 지역에서 거론되는 후보군은 8명 정도다. 국민의힘 공천 후보군으로는 △노성환 경북도의원 △배기동 현대자동차 고령대리점 대표 △이상용 대구경북양돈농협 조합장 △이원철 한국국학진흥원 KSI연수원장이 거론된다. 무소속에서는 △김명국 전 고령군의회 의장 △박정현 전 경북도의원 △임욱강 전 고령군 기획감사실장이, 민주당에서는 △정석원 고령성주칠곡 지역위원장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고령군의 인구소멸 위기는 이미 경고음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인구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고령군은 지수 0.2 미만인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기준이 지자체의 사업 성과와 집행 실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됨에 따라, 차기 군수는 단순한 선언적 인구 유입책을 넘어 실효성 있는 기금 확보 전략과 청년 정착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열악한 재정 상황은 차기 군수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고령군의 2023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10.69%로, 전국 평균은 물론 유사 군 단위 지자체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자체 수입만으로는 지역 인프라 유지는 물론 공무원 인건비 해결도 빠듯한 실정이다. 결국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서는 국·도비 보조금 확보가 필수적이며, 후보들의 중앙부처 네트워크와 예산 확보 역량이 이번 선거의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추석을 앞둔 이들의 행보는 조금씩 다르다. 현수막과 문자로 일찌감치 주민 접촉에 나선 후보가 있는 반면 정치적 선택을 놓고 고심하거나 아직 공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인사도 있다.
역대 선거 결과에서도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 간 경쟁 구도는 확인된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이남철 후보가 42.10%를 얻어 당선됐지만 무소속 임욱강 후보가 32.66%, 박정현 후보가 25.22%를 각각 얻었다. 두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57.88%로 당시에는 국민의힘 후보와 무소속 후보들이 팽팽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4년 뒤인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재선에 나선 국민의힘 이남철 후보가 64.8%를 얻은 반면 무소속 김명국 후보는 18.2%, 더불어민주당 정석원 후보는 17.0%를 기록했다.
두 차례 선거 결과는 고령군수 선거에서 정당 구도뿐 아니라 후보 구성과 현직 여부, 무소속 후보 간 경쟁 등 당시 선거 여건에 따라 득표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공천 결과와 무소속 후보들의 실제 출마 규모, 민주당의 후보 공천 여부가 맞물리면서 본선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특유의 '낮은 투표율'도 핵심 변수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고령군의 투표율은 74.4%에 달했지만, 통상 보궐선거는 이보다 훨씬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정당의 고정 지지층과 조직표의 위력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어, 국민의힘 공천 결과가 사실상 본선의 승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국민의힘 후보군
△노성환 경북도의원
노 의원은 추석을 앞두고 현수막을 게첨하고 주민들에게 문안 문자를 보내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선 도의원으로 두 차례 무투표 당선됐으며 후보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 때문에 출마 여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현직 도의원 신분은 정치적 기반인 동시에 군수 출마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군수 선거에 뛰어들 경우 도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고 공천 이후 본선까지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보다 향후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과 이번 기회에 도전할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향후 지역 정치구도와 공천 환경 역시 변수다.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향후 정치적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노 의원의 고민은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기동 현대자동차 고령대리점 대표
배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재판 추이를 지켜보며 적극적인 외부 행보에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지만 군수 선거 출마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고령군수 예비후보로 나선 경험이 있다.
따라서 배 대표에게는 향후 국민의힘 공천 일정과 항소심 진행이라는 두 일정이 동시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심 무죄 이후 실제 공천 경쟁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뛰어들지가 추석 이후 행보를 가늠할 관전 포인트다.
△이상용 대구경북양돈농협 조합장
이 조합장은 현재까지 추석 현수막이나 문안 문자 등 다른 후보군과 같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군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만큼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대구경북양돈농협 조합장으로 연이어 무투표 당선됐으며 농협을 이끌면서 조직 운영 경험을 쌓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고령지역 선거조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당과의 인연도 이어왔다.
반면 고향이 고령이 아닌 김천이라는 점은 지역 선거에서 거론될 수 있는 변수다. 3선 조합장으로 향후 새로운 진로를 고민할 시점과 보궐선거가 맞물린 만큼 당내 상황 등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원철 한국국학진흥원 KSI연수원장
이 원장 역시 추석을 앞두고 현수막을 게첨하고 문안 문자를 발송하는 등 주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고령군 부군수를 비롯해 경북도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 KSI연수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민의힘 공천 경쟁 참여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공천에 도전하되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무소속 출마까지 이어가기보다는 불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행정 경험을 가진 반면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해온 후보들과 비교해 주민 접촉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결국 공직 경험을 얼마나 지역의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행보에서 관심사다.
◆ 무소속 후보군
△김명국 전 고령군의회 의장
김 전 의장은 제7·8대 고령군의원을 지내고 고령군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도 고령군수 선거에 도전한 만큼 이번 보궐선거 재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의원과 의장을 거치며 지역 현안과 지방행정을 경험했고 최근 군수 선거를 직접 치렀다는 점에서 선거 경험을 갖춘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현재 박정현·임욱강 등 다른 무소속 후보군도 함께 거론되고 있어 실제 출마를 결정할 경우 무소속 후보 간 경쟁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추석 이후 재도전 여부를 어느 시점에 구체화할지가 관심사다.
△박정현 전 경북도의원
박 전 의원은 최근 추석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들에게 문안 문자를 보내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령군의원과 재선 경북도의원을 지내 지방의회 경험을 쌓았으며 지역사회 활동도 이어왔다. 이미 군의원과 도의원 선거를 여러 차례 치른 만큼 지역 내 인지도와 선거 경험을 갖고 있는 후보군이다.
현재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이후 무소속 후보들이 몇 명이나 실제 본선에 나서느냐가 박 전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 진영 전체의 선거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욱강 전 고령군 기획감사실장
임 전 실장도 추석을 앞두고 현수막을 게첨하고 주민들에게 문안 문자를 보내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랜 고령군 공직생활을 통해 지역 행정을 경험했고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무소속으로 고령군수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두 차례 군수 선거를 직접 치렀다는 점에서 지역 선거구도와 조직을 경험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번에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명국·박정현 등 다른 무소속 후보군과 함께 이름이 오르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기존 지지 기반을 어떻게 유지·확장하느냐와 함께 향후 무소속 후보 구도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더불어민주당
△정석원 민주당 고령성주칠곡 지역위원장
민주당에서는 정 위원장의 재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위원장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고령군수 선거를 치렀으며 현재 고령성주칠곡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들이 다수 거론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느냐는 전체 본선 구도와도 연결된다. 정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민주당·무소속 후보가 경쟁하는 다자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새로운 변수가 된다. 다만 이 표가 어느 후보에게 어느 정도 이동할지는 현재 단계에서 예단하기 어렵다.
◆ 추석 이후 첫 번째 분수령은 '공천'
현재 후보군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번 추석은 고령군수 보궐선거의 사실상 첫 탐색전 성격이 강하다.
1차 변수는 국민의힘 공천이다. 누가 실제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결과에 따라 탈락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본선 후보 숫자와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무소속 후보군이다. 현재 거론되는 세 사람이 모두 출마할지, 선거 과정에서 후보 간 교통정리가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마지막 변수는 민주당의 후보 공천 여부다.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면 국민의힘·민주당·무소속의 다자 경쟁이 되고,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에는 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이 본선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다.
결국 현수막 한 장과 문안 문자 한 통으로 시작된 추석 민심 탐색전은 연휴가 끝난 뒤 보다 구체적인 출마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누가 먼저 출마를 공식화하고, 누가 관망을 끝내며, 국민의힘 공천 경쟁에 몇 명이 실제 뛰어드느냐. 추석 이후 후보군의 선택에 따라 내년 고령군수 보궐선거의 첫 윤곽도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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