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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새 종합운동장 필요한데…19년 표류한 방폐장 지원사업 ‘500억’이 해답인가

2026-09-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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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준공 시민운동장 ‘비공인’…전국대회 유치 못하고 노후화까지
충효동 2만석·1천976억원 계획, B/C 0.02로 중앙투자심사 제동
에너지박물관→복합스포츠단지→종합운동장…500억원 사업 또 변경
경주시 “부지부터 확보”…한수원 “유치지역심의위 통과해야 지급”

1979년 개장해 올해로 47년째를 맞은 경주시 황성동 시민운동장. 경주시는 노후한 시민운동장을 대체하기 위해 충효동 일원에 새 종합운동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성재기자

1979년 개장해 올해로 47년째를 맞은 경주시 황성동 시민운동장. 경주시는 노후한 시민운동장을 대체하기 위해 충효동 일원에 새 종합운동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성재기자

1979년 준공된 경주시 황성동 시민운동장이 반세기를 바라보고 있다. 경주의 각종 체육대회와 시민행사를 치러온 대표 체육시설이지만 '비공인 체육시설'로 분류되고 있어 전국 규모 대회를 유치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또 육상트랙과 관중석, 화장실 등 주요 시설도 노후화되면서 크고 작은 보수공사가 반복되고 있다.


21일 경주시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시민운동장은 2011년 이후 3년 주기로 안전점검을 받아 대부분 C등급을 유지했다. 가장 최근인 2025년에도 C등급을 받았다.


경주시시설관리공단 체육시설팀 담당자는 "시설이 오래된 만큼 좌석이나 타일, 수전, 부분 도색 등 소규모 보수는 계속하고 있다"며 "공단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수선비만 해마다 2천만~4천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보수는 경주시가 별도로 맡고 있다.


경주시 체육진흥과 체육시설2팀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운동장 조명과 화장실 방수공사 등에 약 4억원이 투입됐다.


노후한 육상트랙은 내년도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체육시설2팀 주무관은 "트랙을 전체 교체하면 2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액이 워낙 커 훼손이 심한 부분만 보수하더라도 10억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만석·1천976억원 새 운동장…B/C 0.02가 발목

경주시는 충효동 일원 17만5천㎡에 2만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생활체육시설 등을 갖춘 새 종합운동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계획상 총사업비는 1천976억원이다. 국·도비 500억원, 시비 976억원,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에서 나온 한수원 부담금 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사업은 중앙투자심사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경주종합운동장의 비용편익비(B/C)는 0.02에 그쳤다. 단순하게 풀면 사업비 100원을 투입했을 때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편익이 2원 정도라는 계산이다.


경주시가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김해종합운동장은 0.211, 경주복합문화도서관은 0.29였다.


경주시도 현재 계획을 그대로 다시 중앙투자심사에 올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준호 경주시 체육진흥과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냥 운동장 하나만 덜렁 지어서는 요즘에는 안 된다"며 "B/C 값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을 함께 넣고 일부 기능에는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국·도비 500억원도 현재 확보된 재원은 아니다.


박 과장은 "지금 상태에서는 문체부가 500억원을 지원한다고 약속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사업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전국체전 유치 등을 추진할 때 다시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가 우선 추진하려는 것은 부지 확보다.


시는 지난 7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금 500억원의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변경 승인이 이뤄지면 해당 재원을 충효동 새 종합운동장 예정부지 매입비로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경주시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박준호 체육진흥과장은 "사업을 시작해 놓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지자체가 얼마나 절실하게 추진하려는지를 보는 측면이 있다"며 "부지를 확보해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지만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B/C를 높일 수 있는 내용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주시 황성동 시민운동장의 육상트랙과 관중석. 가장 최근인 2025년 안전점검에서는 C등급을 받았으며, 노후화에 따른 크고 작은 보수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시는 육상트랙을 전면 교체할 경우 약 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재기자

경주시 황성동 시민운동장의 육상트랙과 관중석. 가장 최근인 2025년 안전점검에서는 C등급을 받았으며, 노후화에 따른 크고 작은 보수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시는 육상트랙을 전면 교체할 경우 약 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재기자

에너지박물관서 종합운동장까지…500억원의 굴곡

종합운동장 부지 매입에 쓰려는 500억원의 시작은 운동장이 아니었다.


경주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을 유치하면서 추진된 유치지역지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박물관 건립사업 2천억원이 뿌리다.


에너지박물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2천억원은 이후 혁신원자력연구단지 부지 확보 900억원, 문무대왕면 지역개발사업 600억원, 복합스포츠단지 500억원으로 나뉘었다.


2020년 당시에도 복합스포츠단지의 구체적인 위치나 사업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경주시 체육진흥과장은 시의회에서 전체 사업에는 최소 1천500억~2천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우선 "500억원이라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사업변경 승인을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복합스포츠단지는 착공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500억원은 이제 다시 충효동 새 종합운동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박영숙 경주시 원자력정책과장은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은 사업에 따라 한수원이 부담하는 것도 있고 중앙부처가 부담하는 것도 있다"며 "에너지박물관은 당초 한수원이 짓기로 했던 사업이어서 이번 500억원의 재원도 한수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년 가까이 사업이 이어진 배경에 대해서도 박 과장은 "시가 사업을 중간에 변경했고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상태라 사업이 부진했던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500억원이 현재 경주시 금고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지역협력실은 영남일보 서면 질의에 "종합운동장 조성 500억원은 당초 에너지박물관 사업을 변경한 사업 중 하나"라며 "2014년도에 회사 비용처리를 완료해 충당부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유치지역심의위원회에서 사업이 최종 확정된 뒤 경주시가 사업비 지급을 요청하면, 관련 절차를 거쳐 자금을 집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주시가 추진 중인 복합스포츠단지에서 새 종합운동장으로의 사업계획 변경에 대해서는 "별도 통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500억원은 지급 근거와 재원은 마련돼 있지만 현재 경주시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아니다.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사업이 확정돼야 실제 지급으로 이어진다.


체육계 "새 운동장 추진 서둘러야…복합 체육공간 필요"

체육계는 사업 규모와 재원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새 운동장 건립 자체는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새 종합운동장 조성을 위해 땅을 사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부지 확보를 더 일찍 추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2만석이라는 좌석 규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새 운동장이 어떤 기능을 갖출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회장은 "전국체전 유치까지 생각한다면 주경기장 하나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보조경기장과 각종 체육시설을 함께 갖춰 시민들이 평소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종합체육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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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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