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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풍경] 몇 마리 걸렸을 뿐인데…울릉 저동항에 다시 온 오징어의 계절

2026-09-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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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대에 걸린 오징어, 주민들에겐 익숙했던 가을 풍경

지난 24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저동항 위판장 한 켠에 긴 쇠파이프와 나무막대 사이로 오징어가 걸려 있다. 홍준기 기자

지난 24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저동항 위판장 한 켠에 긴 쇠파이프와 나무막대 사이로 오징어가 걸려 있다. 홍준기 기자

아침 햇살이 저동항 위로 번질 무렵, 위판장 한쪽이 바빠졌다. 갓 들어온 오징어를 받아든 주민들이 손질에 나섰다. 칼끝이 오가고, 손질을 마친 오징어는 건조대로 옮겨졌다.


지난 24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저동항 위판장 한 켠에 긴 쇠파이프와 나무막대 사이로 오징어가 하나둘 걸렸다. 몸통을 펼쳐 걸어놓고 다리를 가지런히 늘어뜨렸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오징어가 좌우로 흔들렸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바람에는 어느새 가을 기운이 묻어났다.


한쪽에서는 오징어를 손질하고, 다른 쪽에서는 건조대에 걸린 오징어를 살폈다. 특별한 행사가 열린 것도 아니었다. 관광객에게 보여주려고 만들어 놓은 풍경도 아니었다. 그저 저동항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관광객들이 건조대에 걸린 오징어를 살펴보고 있다. 홍준기 기자

관광객들이 건조대에 걸린 오징어를 살펴보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에서 이런 모습은 한때 흔했다. 오징어 철이면 저동항 곳곳에 건조대가 들어섰고 집집마다 오징어를 말렸다. 항구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오징어를 손질하고 말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 같은 풍경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징어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건조대에 걸리는 숫자도 줄었다. 몇 줄 안 되는 오징어가 오히려 주민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다.


울릉읍 저동리 주민 김말남(71) 씨는 "예전에는 오징어가 워낙 많아서 이런 게 특별한 줄도 몰랐다"며 "요즘은 몇 마리만 걸려 있어도 반갑다"고 말했다. 건조대 앞을 지나던 관광객들도 걸음을 늦췄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한참 동안 오징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울릉도에서 만난 낯선 풍경이었다.


최근 울릉도 오징어 어황은 과거에 비해 위축된 상황이다. 수온과 해양환경 변화 등이 어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예전처럼 오징어가 저동항을 가득 채우지는 않지만, 오징어가 들어오는 날이면 항구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주민들이 오징어 횟감을 구입하기 위해 상인과 흥정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주민들이 오징어 횟감을 구입하기 위해 상인과 흥정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이날도 그랬다. 위판장에서는 손질하는 손길이 이어졌고, 건조대에서는 오징어가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말라갔다. 항구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도 자연스럽게 건조대 쪽으로 향했다. 9월의 햇볕 아래 오징어는 서서히 수분을 빼며 피데기로 변해갔다. 주민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징어를 살폈고, 관광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예전에는 흔해서 그냥 지나쳤던 풍경이다. 이제는 몇 마리만 걸려 있어도 반갑다. 저동항 건조대에 오징어가 하나둘 매달렸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오징어 다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올가을 저동항에서 다시 만난, 익숙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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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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