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까지 갤러리토마서 대구 첫 개인전
결핍과 불안, 자유와 해방의 욕구 풀어내
지난 18일 갤러리토마에서 만난 강석형 작가는 "제가 작업하는 주제는 반항과 방어, 결핍, 그리고 자유를 향한 갈망"이라며 "그라피티는 버려진 건물이나 벽 등에 작업하고 도망가는 식의 일탈적인 행위이기도 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나 규모에도 정해진 틀이 없다. 그런 점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어린아이가 스케치북에 마구 휘갈긴 듯한 낙서가 화면을 채운 작품이 있는가 하면,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도 있다. 불을 단순화한 이미지와 둥글게 그린 꽃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띈다.
강석형 작가의 개인전 '그라피티(Graffiti)'가 오는 10월11일까지 대구 갤러리토마에서 열린다. 대구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으로,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함께 선보인다.
'그라피티'는 흔히 벽이나 도시 공간에 스프레이로 남긴 그림을 떠올리게 하지만, 강 작가에게는 특정 장르라기보다 낙서하고, 긁고, 지우고, 그 위에 다시 흔적을 남기는 행위에 가깝다. 그 바탕에는 인간이 수많은 '틀' 속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국가와 사회, 교육과 직장 등 크고 작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결핍과 불안, 자유와 해방에 대한 욕구를 화면에 풀어낸다.
강석형 작. 갤러리토마 제공
지난 18일 갤러리토마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인간은 나라가 됐든 사회가 됐든 어떤 틀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반복되는 삶에서 결핍이나 불안을 느끼고, 거기서 개인적인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감정들이 무의식적으로 작업에서 분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무엇을 그릴지 정하지 않은 채 시작한다.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고, 그 위에 또 다른 색과 이미지를 이어간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덮고 다시 그린다. 캔버스 역시 그림을 담는 평면이라기보다 하나의 '벽'처럼 여긴다. 벽에 낙서하듯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이전 작업의 흔적이 화면 곳곳에 남는다.
강석형 작. 갤러리토마 제공
흥미로운 점은 자유와 해방을 이야기하는 그의 작품에 원과 사각형 같은 또 다른 '틀'이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캔버스라는 정해진 공간 안에 다시 경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선을 긋는다.
강 작가는 "내가 만든 작업 세계 안에 또 하나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 여러 가지 낙서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하는 재료와 도구도 다양하다. 아크릴과 유화물감에 연필, 오일파스텔, 오일스틱 등을 섞어 쓰고, 붓 대신 손바닥으로 물감을 문지르기도 한다. 물감을 튜브에서 바로 짜 선을 만들거나 납작한 팔레트 나이프로 선을 긋기도 한다.
강석형 작. 갤러리토마 제공
강 작가는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재료로 시작했다가 '이 재료랑 같이 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아이가 보이는 대로 집어서 그리는 것처럼 작업하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정해진 답을 두지 않는다. 자신이 화면에 담은 자유와 해방의 감정을 관람객도 어느 정도 공유하기를 바라지만, 반드시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강석형 작. 갤러리토마 제공
강 작가는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만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꼭 제가 생각한 의미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각자가 살아온 경험에 따라 색과 선, 이미지를 저마다 다르게 해석해도 좋고, 작품을 보고 그냥 '예쁘다'고 느껴주셔도 좋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첫 개인전 때부터 사용해온 '그라피티'라는 주제를 앞으로도 이어가되 작업이 펼쳐지는 바탕과 공간은 넓혀갈 생각이다.
강 작가는 "지금의 재료들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에 잘 맞고 덧칠하는 재미도 있어 재료 자체를 크게 바꿀 생각은 아직 없다"며 "대신 캔버스 외에 전시장 벽에 직접 그리거나, 원하는 형태로 자른 나무 합판 등을 사용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