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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행정통합 ‘다중심’에서 길을 찾다 ⑦] 정책의 중개자 윈린현 기획처 전안판공실

2026-09-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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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자립시켜 광역이 큰 정책에 행정력·예산 집중

대만 윈린현은 지자체 최초로 지방소멸 대응 담당사무국인 지방창생 전안판공실을 기획처 산하 조직으로 설립했다. 사진은 윈린현 청사.

대만 윈린현은 지자체 최초로 지방소멸 대응 담당사무국인 '지방창생 전안판공실'을 기획처 산하 조직으로 설립했다. 사진은 윈린현 청사.

지방창생 담당 소멸대응 TF

윈린현, 대만 지자체 첫 설립

중앙정부·대학·기업 '중개자'

기후변화에 1차산업 기반 흔들

산업구조 바꿔 균형발전 초석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 이후 통합특별시와 기초지자체 간 역할 분담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거대 통합시가 들어섰을 때 중앙집권식 하향식(Top-down) 행정이 되풀이된다면 기초지자체의 자생력이 오히려 약화할 수 있어서다. 거대 광역 행정부가 강력하고 통일된 정책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기초지자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다중심(폴리센트릭) 거버넌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의 하나로, 대만 윈린현(雲林縣)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보조금 자립이 진짜 성공


윈린현은 대만 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방창생(지방소멸 대응)'을 담당하는 사무국인 전안판공실(專案辦公室·전담TF팀)을 기획처 산하에 설립했다. 대만 정부의 지방창생 원년인 2019년 윈린현은 기획처 전안판공실을 '지방창생 정책의 중재자'로 규정하고 중앙정부와 현(지자체), 그리고 대학과 기업을 잇는 전담창구 역할을 맡겼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흔들리던 1차산업을 AI 스마트 양식 및 우주식품 산업으로 재편하고 청년 유입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원린현 기획처는 중앙정부 보조금이나 기업 지원에 기대는 대신,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산업을 일으켜 자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지방창생 행정의 목표로 두고 7년째 운영하고 있다. 현 스스로 '명령자'가 아닌 '중개자'로 규정하고, 20개 기초지자체가 각자 자립의 단계를 밟아 올라가게 하는 이 구조는 각 지역이 저마다의 중심이 되는 '폴리센트릭(다중심)' 거버넌스의 기반 조건에 부합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윈린현의 사례는 통합 대구경북특별시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기초지자체가 스스로 산업을 키우고 자립해 복지 등 생활 필수사업을 주도할 때, 통합시는 TK공항 건설과 대규모 투자 유치 등과 같은 '큰 정책'에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과 기업이 만드는 거버넌스


윈린현은 장화현과 함께 대만의 곡창지대로 꼽힌다. 넓은 들에 바다까지 갖춘 원린현은 한때 1차산업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기후변화 앞에 1차산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기도 했다. 이런 조건 아래 원린현은 산업구조를 바꿔 균형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윈린현 20개 기초지자체 중 19곳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았지만, 윈린현은 이를 성과로 보지 않는다. 리밍웨(李明岳) 윈린현 기획처장은 "행정적으로 보조금을 받았을 뿐, 현의 지원 없이도 각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방을 활성화하는 상태가 되어야 진정한 성공"이라며 "중요한 것은 사업의 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람, 산업, 시스템을 얼마나 남겼는가"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지자체에 지원하는 것이 필요 없는 상태'가 행정의 목표가 된 셈이다.


리밍웨 처장은 "현(縣)의 지원 없이도 각 향·진(우리의 시·군)이 자체적으로 지방을 활성화하고 지방소멸대응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완료된 사업의 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람과 산업과 시스템을 얼마나 많이 남겨 놓았는지다"라고 강조했다. 현은 보조금을 연결하는 행정 조직이 '지원이 필요 없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을 기초지자체의 지방소멸대응 성공으로 본다는 것이다.


◆ 기후변화 위기를 우주식품으로


윈린현의 중개자 역할이 빚어낸 대표적 성공 사례가 커우후향(口湖鄕)의 '대만도미(틸라피아)' 산업이다. 기후변화로 어업 생태계와 판로가 위협받자 '커우후어류생산합작사'는 AI 수질관리와 태양광 발전 패널을 결합한 '어전공생(漁電共生) 스마트 양식장'을 기획처에 제안했다. AI로 수질을 관리하고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결합하는 등 어전공생(漁電共生) 스마트 양식장으로 산업을 재편했다.


윈린현은 농업과 어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다양한 특산물로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윈린현은 농업과 어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다양한 특산물로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縣) 기획처의 중개로 합작사는 국가발전기금 1억8천만 대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친환경·스마트 기술 도입으로 물 사용량은 대폭 줄고, 생산량은 20% 이상 늘었으며, 생산 부지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현재 한국, 미국, 일본에 수출되는 것은 물론, 우주식품 공급망에 진입해 '세계 최초로 우주에 간 어류식품'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기획처 실무 담당자는 "어민 200여 명과의 계약 양식으로 생산망을 넓히고, 성공 사례 공개 후 귀어 청년이 늘었다"며 "화롄·타이둥 등에서도 기술 이전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성공 과정에서 겪은 행정적 시행착오도 투명하게 자산화했다. 이 합작사는 당초 창생 저리대출로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절차와 법적 제약에 막혀 대출을 포기하고 자기자본 투자로 전환했다. 리밍웨 처장은 "정책 수정은 실패가 아니라 지방 행정의 일부"라며 "기업과 함께 중앙 부처에 규정 해석을 다투고, 그 경험을 정책 개정의 참고자료로 삼았다"고 밝혔다.


자립은 단계적으로 관리된다. 커우후는 산업 경쟁력에서 공공공간·관광브랜드로 이행해 시설 운영이 지역 자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커우후를 포함한 4개 향이 2.0 계획을 마쳤으며 구컹향(古坑鄕)은 3.0 수립에 착수했다. 리밍웨 처장은 "계획 주도에서 지역 자립형 성장으로의 전환 증거"라고 평가했다.



■셰슈야 윈린현 부현장

"중앙은 자금지원, 배분은 현장이 알아서" 지방창생 핵심 '예산 사용처 결정권' 강조

대만 지방창생의 핵심은 예산 사용처 결정권이 현장에 있다는 점이다. 셰슈야(謝淑亞·사진) 윈린현 부현장은 "지역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중앙에서 온 자원에 맞춰 배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셰슈야 부현장

셰슈야 부현장

셰슈야 부현장은 "지방창생은 국가발전위원회가 교육부·경제부·교통부·농업부 등 10여 개 부처를 통합 조율하는 국가 전략이다. 기획처의 핵심 기능은 각 부처의 보조 방식을 기초지자체에 이해시키고 중복 신청과 자원 분산을 막는 가교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이 과정에서 윈린과학기술대, 후웨이과학기술대, 아시아대 등 지역 대학들이 정책 파트너로 참여한다. 특히 아시아대는 윈린현의 정책 수립과 실행계획을 도맡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지방창생 활동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윈린현은 구컹향 TGC커피, 수이린향 고구마 브랜드 '엉클 스위트', 투쿠진(土庫鎮) 코코아 농장 등을 지방창생의 선도 기업으로 보고 있다.


셰슈야 부현장은 이들을 두고 "윈린의 부모세대들은 자식들에게 윈린을 떠나라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1차산업이 경제의 버팀목이었지만 여러 환경이 1차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농사를 짓지 말라고, 바다로 나가지 말라고 하던 분위기가 줄었다.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모습이 윈린의 새로운 미래이자 자생력의 증거"라고 자신했다.


글·사진=대만 윈린현에서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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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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