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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의 말을 막 하는, 막말하는 세태

2026-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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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진 전 대구대 총장

박순진 전 대구대 총장

짬이 날 때마다 SNS를 본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이 궁금하여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찾는다. 언제나 어디서든 원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으니 편한 세상이다. 기술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관심 있을 법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세상이 편향되어 보인다. 다른 편은 없는 듯이, 일방적인 주장과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문득 두렵다. 날이 갈수록 세상 인심이 팍팍해지고 주고받는 말이 거칠어지니 씁쓸하다. 특히 정치인의 말이 부쩍 천박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한때의 말과 행동이 갑자기 불거져 곤란한 지경에 처한 셀럽이 많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거나 문제되지 않은 일이 뒤늦게 큰 논란거리가 된다. 고위직이든 저명인사든 고고한 품격은 오간 데 없다. 세상 인심이 바뀌고 인식이 달라진 탓도 있다. 여론이 불붙으면 무섭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구 물어뜯고 비아냥거린다. 일이 이렇게 불거질 줄 진작에 알았다면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매사에 삼가며 살았을 것이라고 느닷없이 후회한다.


필자는 사람들의 선한 의도를 믿는다. 세상을 위해 나서서 일하겠다는 사람일수록 좋은 뜻을 앞세운다. 그런 의지나 초심까지 의심할 것은 아니다. 일을 하다보면 미처 생각 못한 상황이 허다하게 생긴다. 대의를 잃고 길을 헤매기도 한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도 이미 내딛은 걸음을 선뜻 멈추지 못한다. 여간해서는 시종일관하기 힘든 인간관계도 변수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 서로 돕고 애환을 함께한 사이라도 시간이 흐르고 처지가 달라지면 좋았던 관계가 헝클어지곤 한다. 여차하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상대가 힘이 있고 정작 직언이 필요할 때는 몸을 사리다가 뒤늦게 뭐라도 뜯어 먹으려 나서는 하이에나 같은 인간도 있다. 남의 말을 쉽게 하고 헐뜯기 좋아하는 행태는 소인배의 모습이다. 남에게 하는 막말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다. 내 입으로 내뱉는 험한 말은 내가 제일 먼저 가장 크게 듣는다. 남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려면 내가 먼저 오물 냄새를 맡고 몸도 더럽혀야 한다. 공격당한 쪽에 상처가 남겠지만 막말하는 쪽도 저열해지기는 매한가지다. 세상은 한순간 오물 냄새가 진동하게 된다.


평생 남의 뒤에서 험담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다보면 상황이 바뀌고 형세가 뒤집어진다. 남말하기 즐겨하던 사람이 거꾸로 눈총 받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 역지사지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으면서 타인의 티끌을 끄집어내지는 말자.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공덕은 공덕대로 악업은 악업대로 쌓인다. 앞이 뒤가 되고 뒤가 앞이 되면 자기가 내지른 업보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을 것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결실의 계절이 왔다. 세상 일이 뒤죽박죽하고 세간의 민심이 어수선하여 가을이 와도 마냥 풍요롭다고 말할 염치가 없다.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 시민부터 사회와 국가의 지도층까지 남의 말을 함부로 하고 막말까지 서슴지 않으니 유감이다. 요즘같이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공감하고 관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일삼성(一日三省)이란 옛말을 떠올려본다. 남의 행실을 꼬집고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살펴보자. 매사에 신중하여 늘 삼가고 때때로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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