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공동기획: 동양의 스위스 대구·경북 정원도시 프로젝트-9]
대구생활권역 경산·영천·청도·고령·군위 잇는 정원 생활형 정원벨트 구상
독일·일본식 시민농원 모델 결합 추진…경북도, 클라인가르텐 등 지역 융합 방안 검토
대구 도심 100분 거리 유휴지 정원화 사업…청도 와이너리 등 거점으로 촘촘한 녹색 벨트 구축
영천시 작약꽃 축제. 영천시 제공
대구를 둘러싼 경산·영천·청도·고령·군위 등 근교 시·군을 '정원 생활권'으로 묶는다. 도시와 농산촌 사이에 흩어진 자투리 공간과 유휴지에 손바닥만 한 정원을 만들고 곳곳에 꽃을 심고, 가꾸어 촘촘히 연결해 거대한 녹색 벨트로 완성하자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사>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이 구상에 '경북형 포켓 가든 네트워크(Pocket Garden Network)'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지만 앙증맞은 공간을 새마을운동 하듯 심고 가꾸자는 의미이다.
◆ 대구에서 50㎞ 이내…'도시민의 정원 수요'를 받아낼 그릇
진흥원은 경산·영천·청도·고령·군위를 묶는 대구생활권역의 강점을 '거리와 접근성'에서 찾는다. 대구 도심에서 자동차로 100분 이내면 닿는 근접성 덕분에, 주중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근교에서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이른바 '반농반도(半農半都)' 생활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도군의 경우 2024년 체류 인구가 평균 30만여 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7.2배에 달했고, 특히 3월 체류인구는 32만8천명으로 주민등록인구(4만1천명)의 7.8배를 기록해 경북도내 1위, 전국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진흥원 유상오 원장은 "경산·영천·고령·청도·군위 등은 대구 시민들이 주말마다 힐링하고 눈과 마음을 쉬게 할 정원 수요를 받아낼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이 수요를 낱개의 카페나 체험농장 방문으로 흘려보낼 게 아니라, 경북형 정원이라는 하나의 콘셉트로 모아 지역 전체의 정원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전원주택 단지와 농촌체험마을, 소규모 텃밭, 카페형 체험농장이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서로 연계되지 않은 채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진흥원은 이 개별 명소들을 '정원'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재디자인할 것을 제안했다. 정원으로 도시민을 모으고 동선으로 엮어 볼거리 명소로 만들면 체재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영천 작약축제가 보여준 '증거'
진흥원이 주목하는 사례는 2010년대부터 시작된 영천의 작약 축제다. 한국약초 작목반이라는 민간에서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는 이 축제에는 매년 5만 명가량이 다녀가는데, 방문객 대다수가 대구 시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아름다운 경관을 누리고 싶어 하는 대구 시민의 '수요'가 인근 지역의 넓은 유휴지라는 '공급'과 만나 자연스럽게 관광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진흥원은 이 '수요-공급' 구조를 작약 축제 하나에 그치지 않고 일본 오이타현의 '1촌1품운동'에서 교훈을 얻어 '1면1화(花)운동'으로 대구생활권역 전체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근교 시·군의 관광 경쟁력을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진흥원의 분석이다.
◆ 모델은 '코츠월드'…그러나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참고 모델은 영국의 '코츠월드(Cotswolds)'다. 런던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이 지역은 100여 개의 작은 마을이 모여 이룬 구릉 지대로, 벌꿀색 석회암 건물과 정원이 어우러진 전원 풍경으로 유명하다. 런던 근교 주민들이 오랜 세월 정원과 마을을 직접 가꿔온 결과, 지금은 연간 수천만 명이 찾는 지속가능한 관광지가 됐다.
다만 코츠월드는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마을 경관과 '코츠월드 스톤'이라는 지역 고유의 건축 자산이 바탕이 된 사례여서, 대구생활권역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과 일본의 '시민농원' 사례가 주목된다. 클라인가르텐은 '작은 정원'이라는 뜻으로, 도심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여러 개의 작은 정원 구획을 모아 단지를 이룬 형태다.
일본의 시민농원의 경우 교류센터·꽃밭·과수원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도시민이 임대료를 내고 구획을 분양받아 주말농장처럼 이용하는 구조다. 두 사례 모두 코츠월드처럼 '경관 그 자체'를 관광 상품화하기보다, 도시민 개개인이 직접 정원의 '이용자'이자 '관리자'가 되도록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생활권역에 이들을 결합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코츠월드처럼 장기적으로는 마을 단위의 경관을 가꿔가되, 단기적으로는 클라인가르텐·일본 시민농원 방식을 접목해 대구 시민이 실제로 참여하고 임대·분양받을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먼저 촘촘히 육성하자는 것이다.
청도와인터널. 경북도 제공
◆ 청도 와이너리…정원형 체험 허브로
구체적인 적용 모델로는 청도의 와이너리 농장이 거론된다. 와인터널과 프로방스풍 테마, 포도밭 체험으로 이미 일정한 방문객 기반을 갖춘 이곳을 정원 콘셉트로 재구성하고, 주변에 흩어진 전원 마을·체험 농장과 동선으로 연결하면 '정원형 체험 허브'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일본 시민농원처럼 대구 시민이 농가의 정원 일부를 분양받거나 공동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도입하면, 도시민의 여가 비용이 경북 농촌의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유 원장은 "대구생활권역이 코츠월드로 갈지, 클라인가르텐이나 일본 시민농원 모델로 갈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먼저 작은 정원을 촘촘히 심어 도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고, 그 위에 코츠월드 같은 경관적 완성도를 시간을 두고 쌓아가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 역시 이같은 구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 김인한 정원팀장은 지난 20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주민이 스스로 정원사가 돼 방문객을 맞이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역 활성화의 진짜 동력이 생긴다"며 "현재 독일의 클라인가르텐과 러시아 다차 모델을 경북도와 융합시킬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 지자체 "정책적 뒷받침 필요"
다만 이같은 구상이 성과를 내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개별 농가·마을이 자율적으로 조성한 정원들의 품질과 관리 수준을 어떻게 일정하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코츠월드가 수백 년의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통일된 미감을 갖췄다면,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조성되는 정원벨트는 자칫 어수선하고, 이질적인 경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민농원·클라인가르텐 방식의 분양·공동관리 모델을 도입하려면 토지 소유권, 임대차 계약, 안전·보험 문제 등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도 김명제 산림레저관광과장은 "개별 임가·산촌 단위 사업을 명품산촌마을이나 경북형 포켓가든으로 묶어내려면 시·군 간 협의와 예산·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산림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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