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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국민의 승리는 계속될 것인가

2026-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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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논설위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을 때,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SNS에 "국민의 승리"라고 적었다. 흥미로운 진단이다. 국민적 분노가 김 후보자의 낙마를 불렀다는 점에서 일단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권이 '개혁 완수'라는 명분만 내세우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에 가로막혔음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 안목은 과거와 달라졌다. 역대 정권이 자행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강력한 학습효과로 작동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모두 경험한 국민은 '어느 쪽도 절대적 선(善)이 아니며, 도덕과 이념은 권력을 잡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능한 보수, 경제와 안보의 전문가'라는 보수의 프레임은 물론, '도덕적 우월성과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진보의 신화 역시 해체됐다. 명분에 속지 않는 '정치적 면역력'이 국민에게 생겨난 셈이다. 검증의 차원이 다변화된 것도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아무리 일 잘하는 실용주의 정권이라도 인사 검증이 부실하거나 측근을 챙기면 용납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기준이다.


안타까운 점은 정치권의 행태다.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정작 정치권은 여전히 과거의 진영 논리나 반사이익 노리기 같은 구태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승리'라는 메시지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게도 향하고 있다. 인사 검증 실패와 도덕성 부실을 초래한 여권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옐로카드'임과 동시에 자력으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는 보수 야권을 향한 '채찍'이다. '김승원 낙마' 사태는 정치가 국민을 계도하는 시대는 끝났으며, 정치 세력이 국민의 성숙해진 기준을 쫓아가기에도 벅찬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민의 승리'는 지속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정책의 합리성보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스피커 정치에 여전히 취약한 게 대중이다. 아무리 안목이 높아진 국민이라도 교묘하게 가공된 자극적 프레임이나 음모론이 퍼지면 순식간에 감정적 진영 논리로 회귀하곤 한다. 국민이 평가자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은 정치를 순간순간 소비하고 버리는 대중문화처럼 대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덕적 결함에 분노해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단기적 표심 행사는 잘해내지만, '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설계할 것인가'라는 논리적 과제에는 흥미를 잃는다. 정치인들은 대중의 빠른 흥분과 망각을 잘 알고 있기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고민하기보다 당장의 공분을 달랠 임기응변식 카드로 국면을 무마하려 든다. 결국 '국민의 승리'라는 말은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 '이성적 검증'과 '감정적 휩쓸림' 사이에서 벌어지는 위태로운 줄타기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신작 '텃밭과 정원'에서 한국 정치의 근본적 한계를 진단하는 탁월한 인문학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최 교수가 비유한 '텃밭'은 당장 눈앞의 열매를 얻기 위해 가꾸는 공간이고, '정원'은 질서와 철학적 구도에 따라 설계된 세계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딱 '텃밭 가꾸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권은 눈앞의 성과와 진영 지지를 얻기 위한 텃밭을 일구고, 야당은 상대 텃밭을 비난하며 제 텃밭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는 정치를 향해 "국가라는 정원을 어떻게 아름답고 지속 가능하게 설계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한국 정치가 국가 철학과 보편적 가치를 설계하는 정원의 정치로 도약하지 않는 한 정권이 열 번 바뀌어도 국정 난맥과 진영 대립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원의 정치가 등장할 때 비로소 '국민의 승리'도 완성된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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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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