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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을 입히다

2026-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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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요즘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예술을 '입히고' 있다. 공연을 후원하거나 예술가를 섭외해 전시와 공연을 열고, 기업의 공간과 브랜드에 문화예술을 더한다. 단순한 후원을 넘어 예술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술과 기업의 만남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앤디 워홀은 상품과 광고,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왔고, 기업의 후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나 빅밴드처럼 안정적인 후원이 예술단체의 지속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기업 역시 문화예술을 통해 직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아직 일부 예술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구는 수도권에 비해 대기업의 본거지가 많지 않고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성과를 생산과 매출 같은 지표에 두고, 문화예술이 기업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기업과 예술가가 만나는 접점도 많지 않다.


사실 기업과 협업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는 적지 않다. 문제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의 어떤 부서를 찾아가야 하는지, 자신의 작업이 기업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싶어도 어느 문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예술로 대구'는 의미 있는 시도다. 기업·기관의 현장과 예술가의 창의성을 연결해 실제 협업을 만든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한 번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은 아쉽다. 진흥원이 주최하고 주관하지 않으면 과연 그 기업과 예술가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업이 끝난 뒤에도 서로 연락하고 또 다른 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 결국 필요한 것은 단발성 만남을 넘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다.


기업이 반드시 큰돈을 후원할 필요도 없다. 직원들을 위한 작은 공연을 열고, 기업의 역사나 제품을 예술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다. 사내 공간에 지역 작가와 협업하여 기업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제작한다거나 지역 음악가와 기업만의 공연을 만들 수도 있다. 예술가 역시 자신의 작업을 기업의 필요와 연결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다.


그래서 대구에는 기업과 예술가가 계속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한 번의 만남이 다음 협업으로 이어지고, 그 관계가 새로운 문화로 확장되는 구조다. 문화예술이 주는 가치와 효과는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시민들이 사랑하는 기업과 예술가가 많아질수록 도시에도 활기가 더해질 것이다. 기업과 예술가, 시민이 서로의 색을 더해가는 도시. 대구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도 어쩌면 그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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