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의원들 “음모론 중단하라” 기자회견
유영하 “유족 가슴에 대못 박은 패륜” 분통
장동혁 “김정일도 사과한 사건을 왜곡”
국민의힘 구자근(오른쪽), 강명구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암살자(들)'가 역사적 비극을 정치적 흥행도구로 삼고 있다며 상영 중단을 촉구했다. 강명구 의원실 제공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는 가운데, 대구경북(TK) 국민의힘 의원들이 잇따라 강하게 반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의원이 비판에 앞장섰다.
국민의힘 구자근(구미갑)·강명구(구미을)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암살자(들)'은 역사적 비극을 정치적 흥행도구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두 의원은 영화 일부 장면과 서사가 박 전 대통령 또는 당시 권력이 육 여사 피격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연상시킨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육영수 여사 암살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제작진과 감독을 향해 "영화에서 제기하는 역사적 의혹의 근거와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허위 또는 근거 없는 내용에 대한 사과와 정정 조치, 사자명예훼손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관계기관 검토도 촉구했다.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허진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며 "이번 '암살자(들)'은 명백하게 그 선을 넘었고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가세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SNS에서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도 직접 육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며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당하는데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며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이냐"며 비판에 가세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만약 5·18이 북한 소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면, 세월호 참사가 민주당 소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면 정말 많은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이 영화, 비판받아 마땅하다. 표현의 자유에는 비판할 자유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육 여사가 숨졌다는 당시 정부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이날 공식 자료를 내고 "기존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설정에 정치적 목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서정혁
서울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