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두 종류와 반찬을 올려 내놓은 '옥구슬 돌봄 팝업 식당'의 한상. <영남일보 시민기자단 제공>
지난 15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의 한 카페에서 온기를 나누는 '옥구슬 돌봄 팝업 식당'이 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신중년 주민들이 오랜 세월 쌓아온 취향과 숨은 요리 솜씨를 이웃과 나누며 마을 안에서 돌봄의 식탁을 실험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손님상에는 정성껏 차려낸 죽 두 종류와 소박한 반찬이 올랐다. 몸의 독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녹두 생강죽과 귀리 잣죽을 필두로, 들기름을 둘러 6면을 노릇하게 구운 두부구이, 애호박 무침, 장김치가 깔끔하게 정갈함을 더했다. 음식을 접한 주민들은 "고급 코스 요리처럼 예쁘고 정갈하다"라며 감탄을 쏟아내며 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식사비는 '성서 마을 화폐'로 결제돼 지역 경제의 선순환과 이웃 연대의 의미를 보탰다.
요리 연구가에게 직접 전수받은 조리법으로 30인분의 상차림을 도맡은 1일 셰프 최수경씨는 "우리 마을 카페의 시그니처가 생강 음료여서 생강을 활용한 죽을 준비했다. 여러 이웃의 입맛을 두루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온종일 긴장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기획을 함께한 김종수 운영위원은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신중년들이 지난 삶 속에서 좋아하고 잘해온 취향을 재발견하고, 인생 후반전을 주체적으로 디자인해 보는 마을 실험실"이라며, "혼자 하려면 벅찬 일도 마을 사람들이 공간을 내어주고 손을 보태주기에 가능한 도전"이라고 행사의 뜻을 밝혔다.
식당 한편에서는 가슴 뭉클한 미담도 피어났다. 이날 식당에는 이주여성 모임 '이주와 가치', 마을 시 동아리 '시야놀자' 등 마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해 온 이웃들이 초청됐다. 동아리를 이끄는 시인 선생님은 무료 식사 초대권을 받았음에도, 도리어 정성 어린 금일봉을 쥐여주고 가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영업이 끝난 뒤 운영진들은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한 사람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방식보다는, 각자 집의 반찬을 조금씩 가져와 일손을 나누는 '품앗이 밥상'이야말로 진정한 노노(老老)케어이자 지속 가능한 돌봄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밥상 모임 '식객' 등 20여 년간 쌓아온 와룡배움터 마을 네트워크의 두터운 신뢰 속에서 출발한 옥구슬 팝업 식당은 올 연말까지 계속된다.
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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