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8시34분쯤 영천시 임고면 매호리의 한 폐기물 처리공장에서 폐배터리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약 6시간 만에 완진됐다. 경북소방서 제공
영천 폐기물공장에서 잇따라 불이 나 화재 취약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무분별한 기업 유치 경쟁으로 관련 업체가 대거 몰려든 탓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8시34분쯤 영천시 임고면 매호리의 한 폐기물 처리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불이 주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오후 8시56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영천소방서장이 현장을 지휘하는 가운데 특수대응단과 구미화학센터 등이 출동해 화재진압을 벌였다.
연소 확대 방지에 집중한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11시25분쯤 큰 불길을 잡고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이후 굴착기 등 장비를 동원해 잔불 정리 작업을 벌인 끝에 다음날인 29일 오전 2시50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반철골조로 된 공장 창고 2동이 전소되고 공장동 일부와 집기비품 등이 타는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 초기 소방당국은 오염수 유입을 막기 위해 영천시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며, 영천시는 한때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해 대피와 차량 우회를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폐배터리의 자연발화로 인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 11시39분쯤에도 영천시 북안면 내포리의 한 자원순환시설 폐기물 더미에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불은 인력 50명과 장비 16대가 투입돼 약 3시간16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며, 인명 피해 없이 일반폐기물 10톤이 소실되는 피해를 냈다.
이처럼 영천 관내 폐기물공장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은 지난 민선 8기의 기업 유치 정책 기조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영천시에 따르면 연도별 폐기물처리사업장 허가 건수는 2022년 신규 11건(총 201개), 2023년 신규 19건(총 219개), 2024년 신규 12건(총 227개), 2025년 신규 12건(총 235개), 2026년 신규 9건(총 240개)이었다. 유치가 용이한 폐기물 업체가 대거 허가를 받으면서 화재 위험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북안면 주민 이모씨는 "기업 유치라는 명목하에 대구 근교의 폐기물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밀집하면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천시 관내에 난립한 폐기물 처리업체는 240여 개에 달한다. 이는 인근 경산시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경산시는 영천시보다 인구가 3배나 많지만, 관내 폐기물 처리업체(80개)와 수집·운반업체(60개)를 모두 합쳐도 140개소에 불과하다. 인구 규모 대비 영천지역의 폐기물 업체 밀집도가 압도적으로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재 통계 역시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영천소방서 집계 결과 폐기물 처리업체 화재는 2020년 6건, 2021년 2건, 2022년 5건, 2023년 4건, 2024년 4건, 2025년 2건에 이어 올해는 현재까지 5건이 발생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에만 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물적 피해를 넘어 인명 안전까지 위협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천시가 단순한 기업 유치 성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난립한 폐기물 업체의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실효성 있는 화재 예방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민수 영천소방서장은 "영천 지역은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폐기물 처리 시설이 밀집해 있는 특수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소방대원들의 합동 전술 훈련 역시 폐기물 공장 화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8시34분쯤 영천시 임고면 매호리의 한 폐기물 처리공장에서 폐배터리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약 6시간 만에 완진됐다. 경북소방서 제공
남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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