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항쟁을 다룬 연극 '지독한 사랑' 포스터. <소극장 함세상 제공>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가 23번째 정기공연 연극 '지독한 사랑'을 소극장 함세상 무대에 올린다. 이번 연극은 올해 80주년을 맞은 10월항쟁을 다룬다. 10월항쟁은 광복이후 일어난 첫 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제주 4·3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비해 오랫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비극의 한 페이지다.
작품의 배경은 대구 변두리의 오래된 국숫집이다. 이곳에서 90대 할머니 숙이와 60대 딸 명주, 30대 손녀 미소가 함께 살아간다. 국숫집 운영과 재개발 문제, 진로와 결혼 등 일상의 사소한 갈등으로 끊임없이 부딪히는 세 사람의 모습 뒤에는 80년 동안 숙이가 가슴에 품고 살아온 아픈 역사의 그늘이 자리한다.
이야기는 항쟁을 직접 겪은 숙이가 오랫동안 입을 닫았던 지난날의 기억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어머니의 유품인 목비녀를 쓰다듬으며 떠올리는 숙이의 아픈 과거는 딸 명주와 손녀 미소에게로 서서히 이어진다. 제주에서 7년째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임용을 준비하는 미소를 집으로 데려오려는 명주와, 손녀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숙이는 번번이 대립한다. 이후 제주 바다에서 할머니와 만난 미소는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숨겨진 슬픔을 깨닫고, 할머니가 견뎌온 역사의 무게를 마주한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정년퇴직을 앞둔 명주 역시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과 아버지의 부재 속에 형성된 정체성 문제로 흔들린다. 세 인물의 상처와 삶이 겹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시대의 역사와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품은 지난 상처가 딸과 손녀의 삶까지 옭아매고 있었음을 깨달은 숙이는 마침내 80년 동안 굳게 닫았던 입을 연다. 이는 물질적 보상이나 배상을 바라는 고백이 아니다. 자식과 손녀가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내면의 결단이다. 재개발에 동의한 숙이는 명주와 미소를 국숫집으로 초대해 함께 '파자마 데이'를 보내며 마음의 벽을 허문다. 세 사람은 마침내 과거와 화해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세대 간의 꼬인 매듭을 풀어낸다.
'지독한 사랑'은 10월항쟁이라는 무거운 역사 자체보다 그 시절을 버텨낸 인물들의 생활과 사랑에 시선을 맞춘다. 역사는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의 삶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세 여성의 사연을 통해 전한다.
연극 '지독한 사랑'은 오는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오후 7시30분 소극장 함세상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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