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60~80대 시골 어르신들
낮엔 농사짓고 밤에 시 공부
6개월 과정 수료하며 시집 출간
지난 22일 청도군 각남면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시문학 교실 수료식에서 어르신들이 시집 '사리골의 여름' 출판기념회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윤자 시민기자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예쁘고 곱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게/ 제일 귀하고 예쁜 꽃은/ 아들딸 삼 남매/ 오늘도 내일도 시들지 않는/ 세 송이 꽃…" -이순자의 '꽃' 중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시골 어르신들이 시를 배우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시집에 담아냈다. 이순자, 이명순, 이경애, 이영남, 허숙희, 김명순, 김정숙, 이봉숙씨 등이 주인공이다. 60대에서 80대에 이르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지난 22일에는 이들은 위한 시문학 교실 수료식과 함께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청도군 각남면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렸다.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어르신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모여 시를 읽고 쓰는 공부를 해왔다. 낮에는 밭에서 농사를 짓고, 하루의 일을 마친 뒤 다시 모여 시를 읽으며 문장을 다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탄생한 시에는 특별한 문학적 기교보다 평생 살아온 삶의 흔적과 농촌의 풍경, 가족에 대한 마음, 계절의 변화, 고단했던 세월과 소소한 기쁨이 담겼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을 농사일이 시가 되고, 늘 바라보던 들녘과 꽃과 바람이 시의 소재가 됐다. 살아오면서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도 글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22일 청도군 각남면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시문학 교실 수료식에서 한 회원이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천윤자 시민기자
마침내 자신들의 이름으로 시집 '사리골의 여름'을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연 날, 어르신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직접 농사지은 홍시와 포도를 가져오고, 밤과 고구마를 삶고 김밥을 말고, 떡을 준비해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손으로 직접 시를 쓰고 그 시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책을 펼쳐 보며 자작시를 낭독했다. 한 권의 시집은 단순히 글을 모아 만든 책이 아니다. 농부로 살아온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한 작은 자서전이자, 평범한 삶도 충분히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중한 결과물이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에 나오기가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고, 우리의 삶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시를 지도한 이운경 문학평론가는 "살고 있는 곳에서 청도 각남면까지 밤길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져 기쁘게 오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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