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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누군가를 위해 건네는 포옹 같은 한 잔

2026-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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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배 지휘자

지중배 지휘자

코믹하지만 가슴 한구석을 따듯하게 만드는 드라마 속 한 장면이 있다. 주인공 상수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뜬금없이 은정에게 말을 건넨다. "안아줄까요?" 놀란 은정이 쳐다보자 그는 무심한 듯 이야기한다. "안으면 포근해." 엉뚱함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 호흡이 지나면 그 덤덤한 말속에 솔직한 위로와 설렘 그리고 여운이 깊게 남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혹은 인연의 마음을 들어주고 있을까?


학생 시절,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팝송을 찾아 들을 때 알게 된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주제곡 'Calling You'를 최근 우연한 기회에 다시 듣게 되었다. 황량한 사막 길모퉁이의 작고 쓸쓸한 먼지 날리는 바그다드 카페를 배경으로 한 이 노래는 '고장 난 커피 머신(A coffe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g)'을 언급하며 정적만 흐르는 고독한 일상을 노래한다. 그러나 노래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알잖아요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요. 달콤한 구원이 점점 다가와요.(we both know a change is coming, coming closer sweet release)' 온기를 잃어버렸던 그 카페에 한 이방인이 찾아왔다. 그 이방인은 커피 기계가 고장 나 대충 만든 맛없는 커피를 마시고도 카페의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소박한 마술을 선보인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자 사람들과 공동체에 변화가 시작된다. 아련하게 울려 퍼지는 'I am calling you'라는 부름은 사막의 그들에게 보내는 손길이며 자칫 황량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서로에게 손길을 내밀어 보자는 부름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에스프레소)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내가 경험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대부분이 커피는 인간의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매개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들에게는 그저 카페인이 들어있는 한 잔의 음료가 아닌 것이다. 아침에 집에서 모카포트로 끓여서 오르는 그 시간과 향을 기다리는 일, 길을 걸어가다가 바(Bar) 카운터에 들러 동전 하나를 놓고 바쁘게 호르르 입안에 털어 넣는 커피는 떠오르는 해와 같이 활력을 주는 일이다. 또한 한잔의 커피를 두고 마주한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저녁 식사 후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정리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는 '카페 소스페소(Caffe Sospeso)'라는 오래된 문화가 있다.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가 '카페 소스페소'라고 적혀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 마실 수 있는 나폴리에서 시작된 문화이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커피값에 한 잔을 더 지불하면 커피를 꼭 필요로 하는 다른 누군가가 그 마음을 받는다. 그 마음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 그 마음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것이다. 비록 작은 나눔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한 잔의 값을 맡겨두는 행위는 누군가를 위해 건네는 포옹 같은 한 잔인 것이다.


가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문자 말미에 이렇게 덧붙이곤 한다. "바쁜 일 중에서도 잠시라도 커피 한잔 음미하는 시간을 꼭 가지시길 바라요." 나는 그 문장 안에 바쁜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잠시나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10월, 바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속도를 줄이고 커피 한 잔, 차 한 잔과 아련한 음악 속에 나를 맡겨봄이 어떨까? "안으면 포근해"라는 덤덤하고 무심한 듯한 위로처럼, 주변의 누군가를 향해 온기 어린 한 잔과 눈인사를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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