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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신규용의 교실에서 찾는 교육…책임의 외주화

2026-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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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의 외주화

신규용 대구 사월초 교사

신규용 대구 사월초 교사

요즘 아이들은 질문을 쉽게 하고 많이 합니다. 많은 교육방법들이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변화된 모습입니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오늘 할 활동과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칠판에 안내를 적어준 뒤 활동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이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설명이 부족했나 싶어 다시 친절하게 안내해 주지만, 이 상황은 다음 시간에도, 그다음 시간에도 반복됩니다.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질문하지만 이상하게도 질문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은 늘 질문하는 힘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교육이 추구하는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지금, 교실의 많은 질문들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노력을 피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탐구의 시작을 위해 질문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타인에게 넘겨버리기 위해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AI가 등장한 후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사고의 외주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의 외주화'가 AI의 등장과 함께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 문제였습니다. 그때는 AI가 아니라 부모가 그 역할을 담당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헬리콥터 부모'였습니다. 그때도 아이들의 주체성은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단지 대신 해주는 주체가 AI가 아니었기에 인간성에 대한 불안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인간성인지 주체성인지, 만약 주체성이라면 인간의 주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주체성은 무엇을 결정하는 것뿐 아니라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AI가 인간 대신 결정을 내려줄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책임지지 못합니다. AI의 추천에 따라 투자하더라도 그로 인한 이익과 손실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의 주체성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는 사고를 외주화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느껴야 할 진짜 위기감은 바로 '책임'의 상실입니다.


'사고'는 논리와 정보 처리, 효율의 판단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 AI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의 삶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감당하는 일은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AI는 개인별 적성 검사 데이터와 사회의 취업 통계를 종합해서 최적의 진로를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그 결과로 펼쳐지는 삶을 대신 살아주거나 책임져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책임져 본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책임의 순간이 오면 타인이나 AI, 혹은 시스템에 책임을 전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책임의 외주화'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삶의 주인이 되기보다 주어진 시스템을 그저 따라가는 존재이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성공한 인생을 위해 공식화된 진로 모델에 맞춰 영유아기부터 정해진 길을 달리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어유치원에서 시작해 국제중과 특목고를 거치고, 유명 사교육 입시컨설팅을 통해 남이 정해준 길을 달리는 동안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구경꾼이 됩니다. 이렇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 본 적 없는 아이에게 AI 시대는 더 위험합니다. 삶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아이들은 AI, 교사, 부모의 뒤에 숨을 것이고, 그 책임은 사회 시스템에 돌릴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1교시부터 6교시까지의 수업시간, 방과 후 늘봄학교까지 촘촘한 시간표에 맞춰 움직입니다. 입시 위주의 학습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도입된 1인 1악기, 아침 독서, 책 쓰기, 마음챙김, 스포츠클럽, 예술동아리 등 다양한 예술·체육 프로그램 또한 아이의 내적 동기가 발현되지 않는다면 결국 남이 정해준 길일 뿐입니다.


지금 다급한 일은 아이들에게 AI를 금지하는 것, 교사가 AI를 잘 활용해서 교육을 하는 것, 아이들에게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정해진 삶의 방향을 우리가 선택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표와 정해진 성공 레일에서 잠시 내려와, 스스로 선택하고 삶의 무게를 직접 견뎌보게 하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의 몫을, 아이들이 스스로 짊어져 볼 기회를 더 넓게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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