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일 스피드 종목 선수...상주 오가며 훈련
‘아이리더’ 지원으로 비용 부담 덜고 전문 관리
국제무대서 겪은 실수도 다음 도전의 경험으로
18일 오후 대구 남구국제스포츠클라이밍장에서 초록우산의 지원을 받아 클라이밍 훈련을 하고 있는 박나은 학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훈련장에 닿기까지 편도 약 두 시간, 버스비 1만1천원.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 종목(15m의 인공암벽을 누가 더 빠르게 오르는지 순수한 속도를 겨루는 종목) 청소년 국가대표 박나은(17)양이 대구에서 경북 상주로 훈련을 가는 날 드는 시간과 비용이다.
나은 양은 이 같은 부담을 요즘 한시름 덜게 됐다. 초록우산 '아이리더' 지원 사업이 도움을 준 것. 어려운 생활 형편에 훈련장을 맘 편히 오가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아이리더' 지원으로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전문 트레이너에게 몸 관리와 근력 운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고 있다. 국제대회 입상을 목표로 한 체계적인 훈련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나은양은 모친과 함께 생활하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클라이밍 관련 일을 하는 모친을 따라 일곱 살 때 처음 인공암벽을 접했다. 하지만 교통비와 전문 강습비, 대회 참가비가 부담이 됐다. 운동을 계속할지를 놓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2024년 말 중학교 교사 추천으로 아이리더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이듬해 체육 분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리드와 스피드 종목의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며 선수로서 한창 가능성을 키워가던 때였다.
대구 남구 봉덕동에도 국제 규격 클라이밍장이 있지만 나은양은 상주를 찾는다. 2021년 준공된 대구 시설보다 상주 시설(2024년 준공)이 국제대회 환경에 맞춰 연습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주로 훈련을 가는 날에는 학교를 마치고 터미널로 향한다. 상주에서 일하는 모친이 마중 나와 훈련장까지 데려다준다.
수도권과의 여건 차이도 느낀다. 나은양은 "대구에서 스피드를 하는 선수는 저 혼자"라고 했다. 다른 종목 선수나 동호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지만, 같은 종목을 훈련하는 동료는 없다. 수도권엔 실내 스피드 시설이 있지만, 지역엔 야외 훈련장밖에 없어 더위와 추위 영향도 받는다.
18일 오후 대구 남구국제스포츠클라이밍장에서 초록우산의 지원을 받아 클라이밍 훈련을 하고 있는 박나은 학생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이윤호 기자
나은양은 최근 전문적인 선수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장학금으로 교통비 부담을 줄이면서 전문 트레이닝 센터 등록에 비용을 보태게 됐다.
나은양은 "성장하면서 체형이 달라지고 운동 강도가 높아지자 조금씩 부상이 찾아온다"며 "속도를 높이려면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해야 하는데 혼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방법도 잘 몰라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런 훈련이 뒷받침되면서 도전하는 무대도 넓어졌다. 지난해 4월엔 리드(6분 안에 얼마나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경기)→스피드 종목으로 전향했다. 한 달 뒤 청소년 대표 선발전에서 2위에 올랐고, 올해는 1위를 차지했다. 국제대회 출전에는 항공료와 숙박비 등 아이리더의 추가 지원이 더해졌다.
국제무대에선 아쉬움도 경험했다. 이탈리아 대회에선 연습 때 한 번도 미끄러진 적 없던 구간에서 실수를 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한 달 뒤 열린 중국 대회에서 개인 8위, 단체 4위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목표는 명확하다. 지구력과 힘 배분을 잘해 시상대에 꾸준히 오를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제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이상 더 거칠 것은 없다. 나은양은 15m 인공암벽을 얼마나 빨리 오를 수 있을지만 오롯이 고민하고 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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