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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먹거리 위기와 청년농부

2026-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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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기후위기는 먹거리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는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폭염과 가뭄, 전쟁으로 글로벌 식품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먹거리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위협적인 상황이다. 2024년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1.6%에 불과하고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해외의존도 역시 매우 높다. 전쟁과 기상이변, 감염병이 이어지면 지금처럼 값싸고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구할 수 없을지 모른다. 먹거리가 국가안보의 문제가 되는 이유다.


국제사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안보위원회(CFS)는 2025년 '도시 및 도시근교 식품체계 강화'를 권고했다. 식량문제를 농촌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해 생산·가공·유통·소비를 잇고, 지방정부와 농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먹거리 거버넌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이미 하나의 식품생활권이다. 경북에는 풍부한 농업 생산기반이 있고 대구에는 거대한 소비시장이 있다. 그런데 대구경북 통합논의는 주로 행정구역과 조직, 권한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에 집중돼 왔다. 먹거리부터 연결해 보면 어떨까. 경북의 농산물이 대구의 학교와 병원, 공공기관과 식당, 가정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대구의 소비가 다시 경북 농촌을 떠받친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통합이 될 수 있다.


지역식품체계는 지역 농산물이 몸에 좋다는 '신토불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피폐해진 농촌을 살리고 도시민의 건강을 지키며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지역 농산물조차 수도권 중심의 도매·유통망과 장거리 물류를 거쳐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구조는 농민과 소비자, 지역경제와 환경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의 신선한 농산물이 도시에서 소비되고 그 소득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는 순환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먹거리의 지역순환은 농촌을 살리는 동시에 도시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생활밀착적인 지역정책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청년농부'가 있다. 고령화와 지역소멸이 가속화되는 농촌에서 청년농부는 단순한 농업종사자가 아니라 농촌을 새롭게 하는 혁신가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산과 가공, 유통을 혁신하고 생태문화와 농촌관광까지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야무진 청년농부 한 사람을 제대로 키우면 지역이 산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해 전 어느 청년농부가 한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농촌에 살고 싶어도 계속 있기는 어렵다." 이유는 불안정한 소득과 고립감이었다. 대구YMCA가 몇 년 전부터 '청년농부장터'를 운영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지자체 지원 중단으로 열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다시 청년농부장터를 열어 청년농부와 함께하려 한다.


식량정책을 농업정책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식량은 기후정책이며 경제정책이고 청년정책이며 지역소멸 대응정책이다. 대구와 경북도 농촌과 도시가 서로의 삶을 돌보고 책임지는 '지역순환 식품체계'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그 중요한 출발점 하나가 청년농부를 키우는 일이다. 그들이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활동하도록 돕는 일은 농촌을 살리고 도시의 미래 먹거리를 지키며, 다음 세대의 '밥그릇'을 지키는 일이다.


덴마크의 그룬트비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땅을 사랑하자"는 삼애정신으로 오늘의 덴마크 농촌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처럼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 1920년대 YMCA 농촌운동 선배들이 한 말을 오늘 다시 하고 싶다. "청년들이여, 농촌으로 가자. 그곳에 진짜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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