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U 넘어 연구경쟁력 강화
10조엔 규모 대학펀드 조성
도호쿠대 첫 탁월대학 선정
25년 지원·단계별 성과평가
세계 일류大 수준 재정확충 목표
박종문 논설위원
앞선 칼럼에서 살펴본 일본 슈퍼글로벌대학 창성지원사업(SGU)은 2023년 10년간의 국고지원을 끝냈다. 다만 SGU가 진행 중이던 2020년 말부터 일본 정부는 자국 대학의 연구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학 연구력 강화 정책을 준비했다. 국제화와 대학개혁을 넘어 박사인력과 젊은 연구자를 육성하고, 연구환경과 장기재정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재정이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의 최상위 대학들이 수조엔 규모의 자체 기금을 운용해 연구시설과 젊은 연구자에게 장기간 투자하는 데 주목했다. 일본 대학은 자체 기금이 작고 매년 정부예산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이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10조엔(2021년 평균환율 기준 약 104조원) 규모의 대학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2022년 3월 약 5조엔으로 운용을 시작해 이후 10조엔 규모로 확대했다. 10조엔을 대학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기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을 세계 수준의 연구대학에 장기간 지원하는 방식이다. 운용 초기에는 연간 약 3천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3조1천억원)의 운용익을 확보해 안정적인 지원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원대학은 '국제탁월연구대학(国際卓越研究大学)'으로 따로 선정한다. 현재의 논문 실적만 보는 것도 아니다. 세계적 연구성과를 만들어낼 연구력, 장기적인 사업·재정전략, 대학 스스로 변화를 추진할 거버넌스를 함께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25년간 지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도 지원기간 동안 자체 기금을 키워, 지원이 끝난 뒤 그 운용수익으로 연구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첫 대학은 도호쿠대다. 2024년 11월 선정돼 2025년 4월부터 25년짜리 연구체제 강화계획을 시작했다. 첫해 지원액은 약 154억엔(2025년 평균환율 기준 약 1천460억원)이다. 계획은 구체적이다. 교수들의 연구시간 비중을 34.5%에서 50%로 높이고, 연구지원 전문인력을 약 1천100명 늘린다. 박사과정 학생도 2천730명에서 6천명으로 확대한다.
25년이라고 해서 한번 선정된 대학에 자동으로 25년간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도호쿠대 계획은 1기 10년, 2기 8년, 3기 7년으로 나뉜다. 문부과학성은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각 단계가 끝날 때 외부 전문가가 중간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해 다음 단계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
추가 선정도 서두르지 않는다. 첫 공모에는 10개 대학이 신청했지만 도호쿠대 한 곳만 먼저 뽑았다. 2차 공모를 통해 도쿄과학대가 2026년 4월 계획을 시작했고, 교토대도 같은 해 7월 국제탁월연구대학으로 정식 인정돼 8월 연구체제 강화계획 승인을 받았다. 도쿄대는 아직 계속 심사를 받고 있다.
새 정책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학펀드가 장기간 안정적인 지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소수 대학에 대규모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일본이 SGU와 별도로 연구력 저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연구시간과 박사인력, 연구지원 조직, 장기재정까지 묶어 최장 25년의 정책을 설계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몇 개 대학을 세계 100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 못지않게 그 결과를 만들어낼 연구기반과 장기재정을 어떻게 축적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대학 스스로 연구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재정구조까지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