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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전략적 신뢰

2026-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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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미국 백악관 고위급 소통의 한계를 시인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 정책 결정권자들과의 협의가 막혀 답답하다는 주미대사의 토로는 한미 외교 전선에 켜진 경고등이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장의 냉기로 실재함을 입증한다. 대사관 실무선에서의 접촉은 유지하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나 고위 당국자 라인을 닫아두는 것은 워싱턴의 전형적인 '의도적 냉대' 기법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최근 잇따른 기밀 유출 정황과 주요 인사들의 발언 논란으로 심화된 한국 외교안보 지휘부에 대한 '정보 불신'에 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전략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게 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대중(對中) 봉쇄망, 대북 제재라는 동맹의 기본 전선에서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 고위급 대화의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동맹의 안보 기틀을 흔드는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문제의 본질은 한미 간 '전략적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전략적 신뢰는 과거와 같은 막연한 가치 연대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에서 적대국으로의 기술·정보 유출을 차단하고, 유사시 약속된 비용과 위험을 함께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는 시험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실용외교와 전략적 모호성은 자칫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을 사는 기회주의로 전락하기 쉽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로 실리만 챙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정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한가한 인식을 버리고 한미 간 신뢰 구축에 먼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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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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