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서양화 개척한 박명조·노이즈 미학의 박종규
기존 틀 깨고 새 미술 도전한 두 작가 작품 조명
박명조 작. 대구YMCA 제공
100년 전 대구에서 서양화 개인전이 열렸던 역사적 공간에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이 만난다. 대구 근대 서양화의 형성에 기여한 우현 박명조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박종규의 작품을 통해 대구미술 100년의 흐름을 조명한다.
대구YMCA는 1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교남YMCA 1·2층과 아루스다방에서 대구 최초 서양화 개인전 100주년 기념전 '대구 근대미술이 시작된 그 자리; 우현 박명조 그리고 박종규'를 연다.
이번 전시는 1926년 9월23일 교남YMCA에서 열린 박명조의 서양화 개인전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박명조 작. 대구YMCA 제공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18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 근대미술이 서울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일반 관람객들은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100년 전 교남YMCA가 어떤 역할을 했고, 박명조의 작품이 당시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박명조 특별전과 'Hommage to Park Myungjoe(박명조에게 바치는 경의)'를 주제로 한 박종규 초대전 등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박명조의 유족이 소장한 유화·수채화·드로잉 등 유작과 가족사진, 유품, 개인전 기록물, 신문자료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박명조는 1923년 이여성, 이상정 등과 대구미술전람회에 참여했고, 1926년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했다. 이후 일본에서 이시이 하쿠테이에게 약 2년간 서양화를 배웠으며, 귀국 후 '영과회'와 '향토회' 창립에 참여하며 지역 서양화단의 발전에 기여했다.
1926년 교남YMCA에서 열린 제1회 박명조 개인전 전시장에서의 우현 박명조 화가 모습. 대구YMCA 제공
김 큐레이터는 "박명조는 이인성이 아직 10대였던 시절 이미 기성 화가로 활동하며 지역 서양화단의 기반을 닦았던 인물"이라며 "2017년 회고전 이후 이렇다 할 전시가 없었는데, 100년 전 개인전이 열렸던 바로 그 공간에 다시 그의 작품이 걸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박종규의 회화와 미디어아트, 작품 활동 영상과 연표 등을 소개한다. 박종규는 디지털 정보체계에서 오류나 불필요한 신호로 취급되는 '노이즈(noise)'를 새로운 조형언어로 발전시킨 작가다. 픽셀과 점, 선, 파형 등을 활용해 불규칙한 이미지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리듬을 만들어낸다.
박종규 작. 대구YMCA 제공
계명대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한 박종규는 30여 년간 회화와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광동미술관 초대 개인전과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에서 열린 'Forever Is Now 05'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독일 '아트 뒤셀도르프(Art Dusseldorf)'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김 큐레이터는 "박명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구미술의 미래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박종규는 지역을 기반으로 국제무대에서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취지에 적합한 작가"라고 설명했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미술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박명조가 당시 낯선 유화와 수채화로 새로운 표현방식을 개척했다면, 박종규는 디지털 이미지와 노이즈로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충기 대구YMCA 이사장은 "100년 전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시민들에게 소개했던 교남YMCA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조명한다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전시가 대구미술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100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규 작. 대구YMCA 제공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