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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대구를 배우는 아이, 지방을 거부하는 어른

2026-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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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돈과 삼성의 모태 대구
희망을 발견하는 미래세대
서울선 ‘지방행’ 반대 시위
서울 중심의 이분법적 시선
국토균형발전의 최대 장벽

윤정혜 기자

윤정혜 기자

나는 대구에 산다. 나의 아이도 대구에 산다. 대구에서 나서 이곳 대구에서 꿈을 키우는 중이다. 아이는 요즘 학교에서 대구를 막 배우기 시작했다. 얼마 전이었다. 사회 교과 수업시간에 들었는지 대뜸 서상돈 아저씨는 참 대단하신 분이라고 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서상돈 아저씨가 가장 먼저 기부를 시작했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도 "담배 살 돈으로 기부를 하라"며 기부를 확산한 분이라고 전했다. 서상돈 아저씨와 같은 대구에 살아 내심 자랑스러운 눈치였다. 가전제품과 갤럭시(핸드폰)를 만드는 세계적인 대기업 삼성도 대구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군위군 편입으로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도시라는 것도 열살 아이에게는 자부심인 것 같았다. 크고 작은 대구의 유산을 보고 듣고 배우는 중이다.


대구를 보는 아이의 순수함이 '서울 중심주의'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더욱 씁쓸해지는 요즘이다. 정치적 잣대와 편견을 거두고, 서울에서 보는 대구는 어떤 곳일까. 그저 지방도시의 하나일 뿐. 대한민국은 서울 아니면 지방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마냥 가볍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지방으로 이전해 국토의 고른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 아니면 지방으로 나뉜 이분법적 시선이 장벽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대구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비해 이전 기관의 임직원과 가족의 대구 정착을 돕는 각종 지원책을 공개했다. 135㎡ 이하 주택 취득세를 100% 감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전기관 임직원 자녀의 정원 외 전·편입학 허용 비율도 확대하고 어린 자녀의 돌봄까지 지원하는 43개에 달하는 세부 계획도 촘촘하게 내놨다. 유례없던 교육 주거 세제 혜택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과 정주 여건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방 이전에 강하게 반발하는 임직원을 달래는 선물보따리인 셈이다.


이런 선물은 전국 지방도시가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유치가 지방도시의 경쟁력 차원을 넘어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지방도시와 달리 서울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붉은 머리띠를 매고 거리로 나와 지방이전 결사반대를 외치는 중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결정으로 금융공공기관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예상되는 공공기관 이전 발표에 앞서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이는 모습인데 지방에 가느니 이직하겠다는 목소리도 적잖게 들린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소멸 기로에 놓인 지방도시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병리 현상은 개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지방으로 이전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중차대한 과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수도권에 살며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대구는 단지 '생소한 지방 도시'일지 모른다. 낯선 지방으로 터전을 옮겨야 하는 당사자들의 고충도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 대구에는 서상돈의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배우며, 삼성의 시작점에 눈을 반짝이고, 넓어진 대구의 지도에서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이 살고 있다.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붉은 머리띠를 매고 거리로 나온 어른들의 모습을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아이들에게 '여기에서 얼마든지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청년들이 남는 도시가 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어른의 몫이고, 대한민국의 미래 퍼즐을 맞추는 단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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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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