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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21세기 현실 동화의 탄생 <2>

2026-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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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변호사

정혜진 변호사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글은 지난달 이 지면에 쓴 '피터팬 아빠' 고(故) 전경철 씨에 대한 후속 이야기다. 두 살 지능의 자폐아를 27년간 홀로 키운 그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 자신이 죽고 난 이후에도 아들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생활공동체를 극적으로 찾았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아들과 같은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 설립을 위한 재단법인 피터팬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법인 설립을 위해 헌신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피엔딩 '동화'는 그 완성을 앞두고 있다. 한때 후원금이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최소 출연금 5억 원에 못 미칠까 전전긍긍하기도 했지만, 10월2일 기준 후원금과 책 인세 등을 포함하여 7억 원을 훌쩍 넘는 출연금으로 무사히 법인 설립 신청을 마치고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였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6천여 명의 시민이 단 두 달여 만에 재단법인 설립에 필요한 5억 원을 만들 수 있었던 힘, 그러니까 고인의 삶이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힘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사후 발간된 그의 마지막 인터뷰 기사(연세동문회보 2026년 10월호)를 읽다가 그 답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묘비명을 남긴다면 뭐라고 쓰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누구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고 간 사람이요"라고 답한 부분에서다(그의 유해는 아들이 있는 공동체 마을 한 나무 아래에 뿌려져 실제 묘비는 없다).


타인의 눈으로 보면 그는 20년 넘게 불행을 안고 살았던 사람일 수 있다. 아들이 최중증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난 후 그는 이혼을 하고 혼자 아들을 키웠다. 요즘 말로 하면 평생 '독박육아'에, 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돌봄의 무게가 줄어들 수 없어 일과 교우관계도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아들이 낯선 환경에서 괴성을 지르거나 공격성을 보일 수 있어 마음 편히 외식 한번 못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누구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그에게 주어진 일, 유일한 보호자로서 아들을 돌보는 일을 해냈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순간(죽음)이 다가오자, 그 일을 대신해 줄 곳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의 기구한 인생에 대한 동정에 기대지도, 국가의 실패한 정책에 대해 큰 목소리로 비난하지도 않았다. 다만 국가가 표방하고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현실과 그 개선의 필요성을 자신의 사례로 글쓰기 플랫폼 글(브런치)로 언론 인터뷰로 담담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생애 마지막에 방송의 도움으로 '새벽하늘 별똥별의 폭격'(방송 뒤 쏟아진 후원)을 맞고 난 이후에는 '주어진 일'을 재단법인 설립이라는 확장의 방법으로 그 일에 끝까지 충실했다.


21세기 현실 동화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고 간 한 사람의 진솔한 삶과 이에 감동한 수천여 명의 시민들의 힘이 모여서 완성되어 가고 있다. 기적을 만드는 힘이 특별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니다. 고인이 자기 몫의 일을 했듯, 시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보탰다. 국가가 비운 자리를 시민이 메웠으니, 이제 제도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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