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대학가에는 '일일다방'이나 '일일찻집'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루 동안 다방이나 찻집을 빌려 차를 팔고, 그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단체 운영비를 마련했다. 친구 손에 떠밀리듯 티켓 한 장을 사고 약속한 날 찻집을 찾아가는 것도 당시의 풍경이었다. 1980년대 대학가에 호프집이 인기를 끌면서 일일찻집은 자연스럽게 일일호프로 옷을 갈아입었다. 차 대신 맥주와 안주가 놓였고, 학과와 동아리, 야학, 시민단체가 하루짜리 술집의 주인이 됐다. 술 한잔에 후원과 친목이 섞인 그 시절 특유의 문화였다. 요즘 대학가의 일일호프는 게임과 미팅, 럭키드로우 등이 더해져 모금행사를 넘어 놀이와 교류의 장으로 바뀌었다.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명3동에서는 일일호프가 술집을 벗어나 골목으로 나왔다. 하루, 한곳, 술집이라는 익숙한 공식을 깨고 후원의 무대를 동네 전체로 넓힌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여는 '대명3동 상생 페스타'다. 11월19일부터 12월3일까지 15일간 공연장 3곳, 카페 3곳, 음식점과 주점 7곳 등 모두 13곳에서 티켓을 쓸 수 있다. 1만원짜리 티켓의 절반은 시민단체 후원금이 되고, 절반은 참여 가게에서 사용한다. 참여 업체가 수익 일부를 내놓으면 시민단체도 같은 금액을 보태 주민 음악회를 연다. 후원금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골목을 한 바퀴 도는 셈이다.
대명3동은 계명대 대명캠퍼스 주변에 소극장과 공연예술 공간, 카페와 음식점이 어우러진 동네다. 일일호프에 골목상생을 더하고, 술자리의 친목을 주민과 상인, 예술인,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커뮤니티와 연대로 넓혔다. 찻잔에서 시작된 후원이 맥주잔을 거쳐 이제 골목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종문 논설위원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