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소나무재선충 감염목 79만 본…방제 속도 못 따라가
전문가 “인접 지자체 공동대응과 항공방제 필요성” 강조
포항-영천 국도 28호선 도로변에는 적갈색으로 말라버린 나무들이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남정해기자
경북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최근 5년새 급증하면서 대구권 인접지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새로 감염된 나무만 80만 그루에 육박한다. 30~50년생 소나무림이 1㏊당 평균 700~800그루가 자라는걸 감안하면 여의도의 약 3.5배(1천㏊) 규모의 소나무숲이 1년새 고사한 셈이다. 방제를 위한 재원과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항공 방제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2025년 5월~2026년 4월 지역 21개 시·군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79만 4천568본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발생량(177만 본)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항공방제가 이뤄졌던 2021년 5월~2022년 4월(11만 3천668본) 발생 규모와 비교하면 약 7배 증가했다. 지역별 감염목 발생량은 포항시가 27만 968본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동시(11만 6천969본), 경주시(10만 69본) 순이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속도는 감염목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경북 전체 방제량은 59만 9천984본으로 방제율은 75.5% 정도다. 직전 연도(95.0%) 대비 약 20%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미방제 감염목 약 19만4천본이 지역 산림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시·군별 방제율 편차도 뚜렷하다. 경주시(99.8%), 상주시(98.7%), 김천시(93.3%) 등은 방제율 90% 이상을 달성했으나, 칠곡군은 대상목 3만8천766본 중 9천894본만 처리해 방제율 25.5%에 그쳤다. 성주군(33.6%), 영덕군(34.9%), 고령군(40.8%)도 30~40%대에 머물렀다.
소나무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우화시기에 맞춰 경북도가 산림청 헬기를 지원받아 2013년 고령군 다산면 일대에서 항공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방제율이 낮은 이유는 결국 인력과 재원 부족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비의 경우 국비·지방비 비율이 7대3이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관련된 산림재해 대책비는 5대5다 보니 지방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경북을 포함한 전국 기초 지자체 재선충병 전담 인력은 평균 0.87명 수준으로 다른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소나무재선충병 업무에만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비행으로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매개충 특성상 지상 방제만으로는 확산을 원천 차단하는 게 어렵다.
대구 인접지인 영천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영천시는 최근 3년간 74억 5천900만원을 투입해 고사목 6만 1천553본을 제거했다. 그러나 향후 방제 대상이 약 25만 본, 소요 예산이 208억원으로 분석되면서 모든 피해목을 방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주택가·도로변 위험목을 우선 제거하고, 문화재와 사찰 등 가치가 높은 우량 소나무림에 집중하는 등 데이터베이스 기반 '우량소나무림 보호지도'를 구축해 2027년부터 예방나무주사를 우선 실시하기로 했다.
임재은 산림기술사는 "예를 들어 피해가 20만 본인데 조사가 부족해 10만 본만 방제하면, 남은 10만 본에 재발생분이 더해져 이듬해 감염목이 40만 본 수준으로 늘어난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와 방제 현황 파악 없이 예산 소진으로 작업을 중단하는 일이 몇 년간 반복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기술사는 "제주도의 경우 과거 도비 200억 원을 집중 투입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으나, 경북 전역을 방제하려면 산림청·경북도와 도내 시·군 등이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재원 확보도 쉽지 않지만, 예산이 마련된다 해도 방제 작업을 할 인력이 부족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접 지자체 간의 경계를 허문 공동 대응과 선제적 항공방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북도 역시 항공방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산림청에 지속해서 건의했다. 지난해에는 산림청에 대형 산불피해구역을 대상으로 항공 방제 중지 일시 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북연구원 류연수 박사는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세가 워낙 급박하고 방제 여건이 고도화되면서 지자체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하게 도출된 측면이 있다"며 "재선충병의 특성상 광범위하게 확산되므로 영천, 포항, 경주 등 인접 지자체의 공동 방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류 박사는 "항공방제에 대한 지역 주민이나 친환경 농가의 우려가 일부 존재하지만, 매개충의 이동 경로 원천 차단을 위해 항공방제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확산 위험이 높은 경계지역을 우선 지정하고, 예방 차원의 공동 항공방제를 동반하는 유연하고 강력한 차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최미애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남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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