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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200년 솔숲에 시민 발길…포항 북천수, 고사목·접근성은 과제

2026-10-3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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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터널 아래 맨발 산책…아침부터 시민 발길
고사목·진입 안내·예초 안전은 개선해야

흥해서부초등학교 방면에서 출발하는 북천수 초입길. 넓은 산책로 우측으로 소나무들이 보인다. 전준혁 기자

흥해서부초등학교 방면에서 출발하는 북천수 초입길. 넓은 산책로 우측으로 소나무들이 보인다. 전준혁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송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북천수. 곡강천 둑길을 따라 길게 뻗은 소나무 숲에는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맨발로 천천히 걷는 주민부터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지나는 시민까지, 북천수는 어느새 일상 속 쉼터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소나무 가지와 활엽수 잎이 머리 위로 아치를 그리며 이어진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걷다 보면 도시와 멀리 떨어진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숲 한쪽으로는 가을빛을 머금은 갈대와 야생 조류가 눈에 띄고, 숲을 벗어나면 누렇게 익은 벼가 펼쳐진다. 익숙한 농촌 풍경과 울창한 숲길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본격적인 소나무숲이 시작되는 북천수 산책길. 전준혁 기자

본격적인 소나무숲이 시작되는 북천수 산책길. 전준혁 기자

초등학교 인근 진입로에서 시작한 산책길은 약 1㎞를 걸어가자 넓은 길에서 좁은 오솔길로 바뀌었다. 이후 본격적인 숲 안으로 들어서자 양쪽으로 소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성인 두 사람이 마주 보고 팔을 벌려야 겨우 감쌀 수 있을 듯한 아름드리 소나무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북천수가 지닌 시간의 깊이를 실감하게 한다.


숲길은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여러 갈래로 나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같은 숲에서도 색다른 풍경을 만난다. 길을 걷는 데 방해가 될 만한 잡초나 장애물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산책로 정비 상태도 양호했다. 숲 중간에는 맨발 걷기를 위한 길도 마련돼 있어 시민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숲을 따라 25분가량 걸으면 7번 국도 인근 반대편에 닿는다. 긴 산책로를 왕복하는 동안에도 숲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진다. 포항 남구에 송도 솔밭이 있다면 북구에는 북천수가 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북천수는 포항을 대표할 만한 소나무 군락지의 면모를 보여준다.


북천수 내부에는 맨발 산책로와 벤치 등 시민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전준혁 기자

북천수 내부에는 맨발 산책로와 벤치 등 시민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전준혁 기자

북천수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전통 인공숲 가운데 세 번째로 긴 숲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숲의 길이는 약 1.87㎞로, 하천 제방을 따라 선형으로 이어진다. 200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숲은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흥해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간직한 자연유산이다.


숲이 처음 조성된 배경에는 흥해 지역의 반복적인 홍수 피해가 있었다. 곡강천이 범람하면서 농경지와 민가가 피해를 입자, 조선 순조 2년(1802) 무렵 흥해군수 이득강이 제방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북천수가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흔히 철종 때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관련 문헌과 이득강의 재임 기록을 대조한 보존관리계획은 조성 시기를 순조 2년 무렵으로 바로잡았다.


북천수의 지속성을 위한 후계목 육성 지역에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전준혁 기자

북천수의 지속성을 위한 후계목 육성 지역에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전준혁 기자

1872년 제작된 흥해 지도에도 북천수의 영역이 표시돼 있다. 순조 26년(1826)에 세워진 북천수 유적비에는 제방을 쌓아도 홍수 피해를 막기 어려웠던 상황과 숲을 가꾸어 물난리를 줄이려 했던 노력이 기록돼 있다. 오늘날 시민들이 걷는 이 길이 200여 년 전에는 농경지와 주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방재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숲의 풍경은 한층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만 울창한 숲의 아름다움 이면에는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곳곳에서 말라 죽은 소나무가 눈에 띄었고, 한쪽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벌목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숲을 지켜온 소나무들이 고사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장에서 고사 원인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재선충병 피해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확산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북천수의 미래를 위한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구간에는 어린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다. 숲을 이어갈 후계목을 키우는 구간이다. 기존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호하는 일과 함께 다음 세대의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 작업이 병행돼야 북천수의 풍경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으로 벌목된 소나무가 길 한편에 쌓여 있다. 전준혁 기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으로 벌목된 소나무가 길 한편에 쌓여 있다. 전준혁 기자

안내시설도 보완이 필요하다. 숲 곳곳에 북천수의 역사와 정보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일부는 글씨가 지워져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숲의 유래와 조성 시기,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방문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판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접근성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7번 국도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진입로를 찾기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도 숲의 반대편 끝인 초등학교 인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고, 해당 진입부에는 별도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아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숲 중간에 화장실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방문객의 접근 동선을 정비하고, 주차와 진입 안내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북천수 안내판. 일부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글씨가 지워진 곳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전준혁 기자

북천수 안내판. 일부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글씨가 지워진 곳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전준혁 기자

이용객 안전을 위한 세심한 관리도 요구된다. 취재 당시 산책로에서는 제초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보행자들이 오가는 가운데 예초 작업이 계속됐다. 취재진도 작업 중 튄 작은 돌멩이에 맞았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작업 구간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고, 장비 사용 중에는 통행을 통제하거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현장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천수는 홍수로부터 흥해를 지키기 위해 조성된 숲에서 시민들이 쉬고 걸으며 자연을 즐기는 공간으로 이어져 왔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울창한 소나무 숲은 분명한 강점이다. 여기에 고사목 관리와 후계목 육성, 안내시설과 접근성 개선,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까지 뒷받침된다면 북천수는 더욱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20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숲이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숲을 건강하게 보전하고 방문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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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포항의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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