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백 기자
경북 영덕군이 신규 원전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지 4개월이 넘었다. 2017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천지원전 건설이 백지화된 이후 9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여론조사에서 86% 찬성으로 나타난 영덕군민들에게 신규 원전 유치는 지역의 미래를 생각한 절박함의 표시다.
그러나 예정지 선정 이후 후속 절차는 군민들의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덕군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월 말 신규 원전 건설과 유치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역기업 참여 확대와 일자리 창출, 교육·복지 인프라 확충 등을 약속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역에서 체감할 만한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내년 2~3월쯤 예상됐던 신규 원전 건설 예정구역 지정·고시가 제 일정에 맞게 발표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근 호남권 반도체단지 추진 등 정부의 다른 국책사업 일정과 맞물려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정 변경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을 경험했던 영덕군민들에게는 우려스러운 점이다.
예정구역 지정·고시에 영덕군이 애타게 기다리는 신규 원전 지원금 576억원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영덕군은 복구와 지역경제 회복에 필요한 재정 수요가 산적해 있다. 부족한 지방재정으로 각종 현안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원전 지원금은 지역을 위해 절실한 재원이다.
그러나 이 지원금은 신규 원전 건설 예정구역 지정·고시 이후에야 지급받을 수 있다. 고시가 늦어지면 그만큼 재정 확보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영덕군민들은 이미 천지원전 백지화로 국가 에너지정책의 변화가 지역에 어떤 후유증을 남기는지 경험했다. 이번에도 예정지 선정에 안주한 채 후속 절차가 지연된다면 지역사회의 불안과 실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규 원전 유치로 시작된 상생협약 역시 선언적인 약속보다 실질적인 이행이 중요하다.
이제 한수원과 영덕군은 내년 초로 기대했던 예정구역 지정·고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 일정에 변수가 예상되는 만큼 양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지연 요인을 사전에 해소하고 관계부처에 영덕의 절박한 재정 상황과 사업 추진의 시급성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576억원의 원전 지원금을 기다리는 영덕군 입장에서 행정절차가 늦어질수록 재정 확보와 후속 사업 추진도 그만큼 늦어지고 또 멀어질 것이다.
영덕군민들에게 더 이상 기다림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한수원과 영덕군이 신속한 행정과 구체적인 성과로 답할 차례다.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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