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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홈페이지는 있는데…외국인에겐 여전히 높은 대구 문화시설 문턱

2026-11-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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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5곳 접근성 평균 5.3점 그쳐
서울 주요 문화시설 평균 8.0점
정보 부족에 한국어 예매까지 ‘장벽’

대구·서울 공공 문화시설 영문 홈페이지 평가표. <영남일보 자체 평가. 이미지=챗GPT>

대구·서울 공공 문화시설 영문 홈페이지 평가표. <영남일보 자체 평가. 이미지=챗GPT>

글로벌 문화예술 도시로의 도약을 내세운 대구의 주요 공공 문화시설 영문 홈페이지가 외국인 관람객의 실제 이용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공연 상세정보가 부족하거나 예매 단계에서 한국어 페이지로 넘어가는 등 이용에 제약이 있었으며, 서울 주요 문화시설과 비교해도 접근성 격차가 컸다.


29일 영남일보가 확보한 '대구시 문화시설별 관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구미술관의 외국인 관람객은 2023년 1천716명에서 2025년 2천258명으로 31.6% 증가했다. 대구오페라축제 외국인 관객도 374명에서 1천203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국립대구박물관은 2천34명에서 2천11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외국인 수요가 커지는 만큼 영문 홈페이지의 접근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구미술관 영문 홈페이지에선 한국어 전시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대구미술관 영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미술관 영문 홈페이지에선 한국어 전시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대구미술관 영문 홈페이지 캡처>

이에 영남일보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대구·서울 주요 공공 문화시설 10곳의 영문 홈페이지를 10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항목은 전시·공연 정보, 관람조건, 운영·교통정보, 예약·예매 연결, 외국인 예약 가능성 등이며, 충족 1점, 부분 충족 0.5점, 미충족 0점을 부여했다. 그 결과 대구 5곳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5.3점으로, 서울 5곳(8.0점)보다 2.7점 낮았다.


대구에서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6.5점으로 가장 높았고, 대구미술관 5.5점, 대구간송미술관·대구문화예술회관 각 5점, 국립대구박물관 4.5점 순이었다.


서울은 예술의전당·국립극장 각 9점, 국립중앙박물관 8.5점, 세종문화회관 8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5점이었다.


◆정보 부족에 예매까지 장벽…서울과 격차


대구문화예술회관 영문 홈페이지 모습. 전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영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문화예술회관 영문 홈페이지 모습. 전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영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지역 주요 공공 문화시설의 영문 홈페이지는 전시·공연 상세정보와 예매 서비스에서 더 큰 한계를 드러냈다.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예매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불명확하고, 한국어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사례가 있었다.


대구미술관은 영문 홈페이지에서 전시 제목과 기간 등 기본정보를 제공했지만 작가·작품 설명은 부족했다. 특히 '근대 회화의 흐름'전은 한국어 설명이 그대로 노출됐다.


김현정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전시마다 영문 작품 설명 제공 여부에 차이가 있다"며 "내년도 전시부터 번역·제공 기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홈페이지 전면 개편 계획과 예산은 없어 부분적인 개선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전시 내용과 작품 설명이 부족했다. 상설전시 '미인도실'에서는 작품에 관한 설명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예매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버튼도 찾기 어려웠다.


권은용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은 "외국인 관람객이 적어 영문 홈페이지를 간략하게 구축했고, 현장에서는 영문 오디오가이드 등을 제공한다"며 "구체적인 개선 계획은 없지만 전시·방문 정보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영문 특별전 페이지에 2024년 전시정보가 노출되어 있고, 전시예정 페이지는 비어 있었다.


최환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담당자 변경 이후 국문 홈페이지 관리에 집중하면서 다른 언어의 정보 업데이트가 누락된 것 같다"며 "현재 홈페이지 전반을 점검해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 영문 홈페이지 모습. 전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영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간송미술관 영문 홈페이지 모습. 전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영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콘서트하우스는 공연 일정과 예매 절차를 안내했지만 곡목·출연진 등 상세정보는 부족했다. 일부 공연 페이지는 한국어로 연결됐고, 예매 채널도 직접 연결 버튼 대신 인터넷 주소만 제공했다.


이예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 과장은 "영문 홈페이지 운영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고, 지역 연주자들의 영문 프로필도 부족하다"며 "대구시립교향악단 정보 업데이트를 협의하고 개선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공연·전시 일정은 제공했지만 프로그램 내용과 출연진 등 일부 상세정보가 누락됐다. 예매 절차는 영어로 안내했으나 외국인이 한국어의 도움 없이 온라인 예매를 완료할 수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임세리 대구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팀 과장은 "국문과 영문을 별도로 입력하는 시스템 구조 때문에 일부 정보가 누락돼 현재 보완 중"이라며 "국내 휴대전화 본인인증으로 외국인 예매가 어려워 전화로 돕고 있다.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추가 개편 계획과 예산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의 예술의전당·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은 공연 시작 시간과 러닝타임, 관람 연령, 좌석별 가격 등을 영어로 제공했다. 특히 국립극장은 공연 줄거리와 출연진, 할인정보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예매 서비스에서도 국립극장은 영문 공연 상세 페이지의 'Buy now' 버튼을 통해 자체 영문 예매 시스템으로 연결됐다. 다만 서울지역 시설에서도 국내 본인인증이나 결제수단 등으로 외국인의 독자적인 예매에는 일부 제약이 있었다.


◆외국인 이용자 평가에서도 예매·정보 부족 지적


대구콘서트하우스 영문 홈페이지에선 예약정보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제공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영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콘서트하우스 영문 홈페이지에선 예약정보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제공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영문 홈페이지 캡처>

영남일보가 대구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외국인 이용자 평가에서도 예매·결제 과정의 불편과 교통·관람정보 부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영문 홈페이지에서 기본정보를 확인할 수 있더라도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거나 한국어 안내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대구미술관에서는 대중교통 안내와 온라인 예매·결제 과정의 불편이 지적됐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박로모브 사르도르벡 셰르조드 울리(대학원생·한국 거주 9개월)씨는 "대중교통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결제방법 안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전시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시설 위치와 대중교통 안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결제방법을 이해하기 어렵고 예매 버튼을 찾는 데 불편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관람료와 관람안내는 충실했지만 교통정보의 전달 방식에 아쉬움이 제기됐다. 미얀마 출신 유띠리아웅(대학 4학년생·한국 거주 4년 6개월)씨는 "지하철 노선과 버스 번호가 나와 있었지만 이동 경로를 한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지도에 경로를 표시했다면 더 편리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예매·결제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고, 영문 홈페이지에 일부 한국어 문구가 남아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유띠리아웅씨는 "번역되지 않은 내용에 공연이나 공연장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있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공연별 입장료와 교통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공연 포스터에는 입장료가 표시돼 있지만 다른 포스터에는 빠져 있어 관람 비용을 확인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방문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설별 불편사항은 달랐지만, 외국인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예매·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평가에 참여한 미국 출신 매튜 가르시아(Matthew Garcia·한국 거주 5년)씨는 "대구의 문화시설들은 영어 홈페이지를 갖추고 있지만 전시·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예매 과정에서는 다시 한국어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국인이 한국어를 몰라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고 입장권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연·전시 기획 단계부터 영문 정보 제공해야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람객의 문화시설 접근성을 높이려면 공연·전시 기획 단계부터 영문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예매 환경과 지속적인 정보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국제교류를 지향하는 만큼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할 때부터 영문 안내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인들이 방문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적어도 영어 정보만큼은 한국어와 함께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문 홈페이지는 단순한 소개 창구가 아니라 사실상 지역 문화시설의 첫 매표소"라며 "상세정보가 부족하거나 예매 과정에서 한국어로 전환되면 관심이 있던 외국인도 이용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개선 방안으로 비회원 예매를 포함한 영문 예매 서비스 지원, 전시·공연 상세정보 제공, 국문과 영문 정보의 동시 업데이트 등을 제안했다. 이어 "지자체는 다국어 정보 제공과 예매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여러 문화시설의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각 기관의 기획·홍보 부서가 외국인도 고려해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한다"며 "대구시도 문화 관련 기관의 이사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주문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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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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