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무빈소 장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서 본인 장례를 무빈소 형식으로 치를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70%를 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례업계에 따르면 이미 10~15% 정도가 무빈소 장례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이유는 첫째, 장례 비용의 부담, 둘째,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셋째, 허례허식보다 가족 중심의 간소한 절차 선호 등이 있다.
우리 사회는 외국에 비해 짧은 시간에 제도와 구조가 변화하는 편이다. 짧은 시간에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의 형태가 바뀌었고 이제 1인 가구가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등장하는가 싶더니 이제 초고령화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모님 장례를 무빈소 형식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내 의견을 물어본 분이 있었다. 가족 구성원, 경제 상황, 종교, 사회적 여건 등 몇 가지 질문을 해보고 소박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해 드렸다. 시간을 정해서 진심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고 싶은 분들을 모시고 장례식을 할 수도 있고, 기존 장례 형식대로 조문객을 맞아도 된다. 간혹 허례허식으로 매도되는 장례방식도 각 절차마다 담긴 뜻과 의미가 있으니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경우에는 효심만을 강조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감정적 손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무빈소 장례를 선택했다면 그 뜻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고인과 가족들의 뜻이 소박하고 간소한 절차를 원했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장례형식에 대한 결정에 관여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입을 다무는 것이 예의이다.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의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새로운 의례는 날마다 탄생하지만 그중 극소수만이 유의미한 시간 동안 존속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의식은 길고 무자비한 문화적 선택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생존자다." 상장례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시킨 의례이다.
상장례는 죽은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이별의 슬픔과 사회구성원을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엄숙한 예식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의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뜻을 깊이 새긴다면 장례의 형식이 어떻게 변화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어지러울 때는 가만히 근원을 따져보기를 권한다. 거기에서 출발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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