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탈적 전력 행정'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변명이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을 위해 대구 신달성변전소 등 타 지역 변전소 설비를 가로채려는 계획이 드러나자, 한전은 "신규 변압기 조기 발주와 예비 변압기 활용 등 다각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둘러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호남권 반도체 공기단축안에는 '변압기 타사업 물량 전용'만 못박혀 있을 뿐, 신규 발주나 예비 변압기 같은 대안은 없었다. 더욱이 초고압 변압기는 신규 발주에서 제작 및 검증까지 2~3년이 소요된다. 2028년말 공급 목표를 맞추려면 다른 사업장의 변압기를 빼앗아 오는 것 외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력망 확충 지연은 지방 산업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다.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로봇 등 대구가 사활을 걸고 유치 중인 첨단 미래 산업은 단 1초의 전력 불안도 허용하지 않는다. 신달성변전소 준공이 표류한다면, 대구 국가산단과 테크노폴리스 배후 지역의 신규 공장 가동과 기업 투자는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의 '치적용 잔치'를 위해 왜 대구 시민이 막대한 기회비용과 산업적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모두의 성장'을 역설했다. 한 지역의 다리를 부러뜨려 다른 지역의 발판으로 삼는 게 과연 모두의 성장인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전력 배분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지역 차별의 제도화에 불과하다. 지금 정부는 국가 기간망 사업을 정권의 입맛과 정치적 일정에 따라 흔들어댐으로써 영호남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위험천만한 자해 행위로 치닫고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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