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경 일본 한난대 교수(국제학부)
해외생활 35년. 바쁜 하루를 마치고 K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작은 귀향이다. 익숙한 한국어와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 낯익은 골목과 아파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은 어느새 고향으로 향한다. 평범한 일상 장면에도 위안을 얻는 것은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하루를 다시 살아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볼 때마다 아쉬운 장면이 있다. 중요한 회합이나 격조 있는 식사 장면에 왜 그토록 자주 일식집이 등장할까. 일본풍 인테리어와 장식, 상차림이 마치 '고급스러운 공간'의 상징처럼 사용된다. 동료에게 건네는 도시락마저 초밥인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 음식은 포장마차의 떡볶이와 김밥처럼 정겹고 소탈한 장면에 집중되곤 한다. 물론 그 역시 소중한 한국문화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는 소박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갈한 궁중음식과 전통 한식, 고운 한지와 은은한 자개, 단아한 목가구와 도자기, 절제된 전통 문양과 색채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세련미와 품격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이 가치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을까.
해외에 살다 보면 이러한 문화적 자산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파리의 한 갤러리에서 안동 한지 예술이 소개되고 호평받는 모습을 보며, 한국 고유의 소재와 미감에 세계인이 보내는 관심을 실감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공간, 호텔과 사무실, 식탁과 생활소품에도 우리 문화자산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K드라마의 한 장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생활양식과 미감을 소개하는 거대한 문화 쇼윈도다. 사람들은 화면 속 음식을 맛보고, 촬영지를 찾아가며, 배우가 사용한 물건을 구매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멋과 문화를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다. 화면 속 작은 선택이 곧 한국문화의 이미지를 만드는 셈이다. 이제 K드라마는 이야기를 수출하는 시대를 넘어, 한국의 공간과 음식, 색채와 아름다움까지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제작자들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좋은 문화유산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것을 오늘의 일상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담아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전통을 살아 있는 문화로 소개하는 섬세한 안목이 필요하다.
K컬처의 위상은 스타와 작품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계인과 일상적으로 연결된 시대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한국문화의 얼굴이다. 우리가 먼저 한국문화의 가치를 알고 사랑할 때, 그 매력은 더 깊고 넓게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멀리서 한국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세계가 좋아하는 한국문화를 넘어 우리가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한국문화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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