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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2026-11-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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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를 추다

왈츠를 추다

◆왈츠를 추다/이형국 지음/북랜드/144쪽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시에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이 시집에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서정의 노래가 흐른다. 아픈 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랑과 이별의 실루엣이 몽환적으로 어른거린다. 어머니를 향한 곡진한 사랑과 새로운 시작을 향한 절박한 소망도 숨 쉰다. 자신의 시를 소개하는 일이 조심스러운 까닭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저마다의 마음을 세상에 건네는 일이기에, 시 속에 드러날 자신의 색깔과 개성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시와의 인연은 대학 입시를 위해 재수하던 시절 시작됐다. 다니던 교회에서 시화전을 연다는 소식에 짧은 시 한 편을 써낸 것이 첫걸음이었다. 이후 국문학을 전공하며 문학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시와 거칠게 씨름하는 동안 시마(詩魔)와 동거하게 됐고, 이제는 나이를 떠나 영혼 깊은 곳까지 시를 사랑하겠다는 마음에 이르렀다. 그리워하며 짝사랑했던 시, 때로는 절망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했던 시가 끝내 삶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12쪽의 '첫사랑'은 단순한 기억의 서사를 넘어 온몸과 세계가 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사랑이 시작되는 찰나, 익숙했던 사물은 새롭게 빛나고 평범한 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얻는다. 24쪽의 '지진났어'는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공포를 해학으로 풀어낸다. 지병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면서도 스스로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화자의 모습에는 비극과 희극이 공존한다. 그 웃음은 가벼운 농담이 아니라 두려움을 견디며 삶으로 돌아온 자의 헛웃음에 가깝다.


이번 시집 '왈츠를 추다'는 사랑과 상처, 그리움과 두려움을 통과해 온 시인의 내면을 담은 기록이다. 시와 함께 걸어온 시간, 끝내 다 부르지 못한 노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인은 남은 생의 걸음마다 시와 춤추며, 미완의 노래를 이어가고자 한다.


바지랑대와 빨랫줄

바지랑대와 빨랫줄

◆바지랑대와 빨랫줄/김숙이 지음/그루/208쪽


현대인의 삶은 끝없이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결핍의 언어로 얼룩져 있다. 현대시 역시 상처와 불안, 고독과 쓸쓸함을 응시하며 삶의 깊이를 탐색해 왔다. 그러나 김숙이 시인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한다. 거대한 사건과 자극적인 뉴스가 일상을 압도하는 시대에도 시인은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사물에 눈길을 건넨다. 그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작은 기쁨과 충만함이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이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했듯, 시인은 익숙한 생활의 풍경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그 안에 감춰진 빛을 길어 올린다. 특별하지 않기에 오히려 소중한 순간들, 늘 곁에 있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존재들의 의미가 시인의 언어를 통해 새롭게 살아난다. 타인의 특별한 순간을 좇느라 정작 자신의 일상을 놓치기 쉬운 오늘, 그의 시는 우리가 발 딛고 선 삶의 자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표제작 '바지랑대와 빨랫줄'은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성찰한다. 빨랫줄을 받쳐 주는 바지랑대와 그에 기대어 팽팽하게 버티는 빨랫줄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한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온전할 수 없는 두 사물의 관계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겹쳐진다.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일은 나약함이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일깨운다.


인간은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놓인 존재다. 그러나 주어진 삶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받아들이고 타자와 관계 맺을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김숙이의 시는 거창한 구호 대신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통해 그 진실을 전한다. '바지랑대와 빨랫줄'은 평범한 하루 속에 깃든 행복과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시집이다.


다시 읽는 전선시첩

다시 읽는 전선시첩

◆다시 읽는 전선시첩/손수여 엮음/삼성현연구소/328쪽


우리 세상은 약 81억 인구가 5대양 6대주에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이다. 개인과 가정의 삶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듯이 국가의 역사에도 시련과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35년간의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전쟁 당시 우방국의 경제적 지원으로 나라를 재건한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적인 경제력과 방위산업 역량을 갖추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주는 국가로 성장했다. 그 역사의 고비마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일제강점기의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은 대구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며, 이는 대구시민의 자긍심이자 대구정신의 뿌리이다.


한국전쟁은 남북 분단이라는 비극을 남겼다. 당시 전선에서 참전 문인 39인이 피로 쓴 애국의 기록과 시를 모은 책이 전선시첩이다. 전쟁 중 제2권까지 발간되었고, 제3권은 편집을 마쳤으나 전황의 변화로 출간되지 못했다. 이후 이윤수 시인의 노력으로 그 가치를 되살렸으며, 광복 후 최초의 순수문예지 '죽순' 제52집부터 제59집까지 8회에 걸쳐 연재한 80편을 '죽순' 창간 80주년을 기념해 '다시 읽는 전선시첩'으로 엮었다. 오늘날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의 한자 표기도 모두 한글로 바꾸었다.


편저자는 "대구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최후의 교두보이자 문인들이 결집한 역사적 공간으로, 문학 수도의 정통성을 간직한 도시"라며 "참전 문인들을 애국시인으로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출간에는 정호완 삼성현연구소 대표가 책임 감수를 맡았으며, 양왕용 교수와 김용판 달서구청장이 추천사를, 율산 이홍재 서예가가 휘호와 제호를 맡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강은희 교육감, 이준철 국제로타리 3700지구 총재 등도 축사를 통해 발간의 뜻을 더했다.


진달래 보호구역

진달래 보호구역

◆진달래 보호구역/우일우 지음/만인사/126쪽


우일우 시인은 고려 말 시조 문학의 선구자로 늙음을 한탄한 '탄로가'로 널리 알려진 역동 우탁 선생의 후손이다. 그의 고향인 대구 달서구 상인동 월촌(月村)은 약 600년의 역사를 이어 온 집성촌으로, 시인의 문학적 뿌리가 깃든 공간이다.


2005년 문예지 '수필과 비평'을 통해 등단한 그는 수필집 '대칭'과 '변방 읽기'를 펴냈으며,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을 받았다. 산문으로 삶의 이면을 탐색해 온 작가가 오랜 경험과 사유를 시적 언어로 확장해 첫 시집 '진달래 보호구역'을 선보였다.


동화작가 한현정은 표제작에서 진달래를 생명의 상징으로, 보호구역을 잊혀 가는 기억과 상처 입은 존재들을 보듬는 애도의 공간으로 읽는다. 질주하는 자동차에 희생된 작은 생명을 수습해 꽃 속에 묻어 주는 행위는 비정한 도로 문명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한편, 외면당한 생명을 향한 연민과 애도의 마음을 일깨운다.


우일우의 시선은 삶의 중심에서 밀려난 존재들과 묵묵히 견뎌 온 시간에 머문다.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경험은 인간에 대한 성찰로 깊어지고, 산문에서 다져 온 사유는 시의 언어로 새롭게 피어난다.


'진달래 보호구역'은 쉽게 잊히고 외면당하는 존재들을 위해 시 속에 마련한 작은 안식처다. 꽃을 노래하면서도 꽃조차 피우지 못하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이 시집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잊고 살아왔으며, 무엇을 끝내 지켜야 하는가.


한편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난 시인은 2021년 '대구문학' 신인상과 2026년 웹진 '문예마루' 신인상을 수상했다.


정리=김형범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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