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 현장 문제를 학위 연구로 연결…일·학업 병행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
반도체·방산·로봇·2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재직자 37명 참여
구미시·경북도와 지역기업 협력 확대…첨단기술 교육·공동연구 성과 확산
DGIST 공학전문대학원 김준서 교수(사진 좌측)가 옥진 학생에게 실험장비 활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DGIST 제공
낮엔 산업 현장에서 기술 문제 해결을 위해 씨름하고, 수업이 있는 날이면 강의실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공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의 일상이다.
◆현장 경험과 학문적 검증을 한번에
월덱스 옥진 선임매니저는 이 과정 1기 재학생이다. 구미 소재 기업에서 개발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졸업논문을 SCI(E)급 학술지에 게재했다. 연구는 회사 개발 현장과 디지스트 반도체 팹(FAB)을 오가며 이뤄졌다.
그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야근이나 출장이 겹치면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웠지만, 수업이 매일 있지는 않아 업무 일정에 맞출 수 있었고 회사의 배려도 도움이 됐다.
현업 문제를 학위 연구 주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다. 옥 선임매니저는 회사에서 개발하던 소재의 성능 개선을 연구과제로 정했다. 반도체 팹에서 소재를 시험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새 샘플을 제작, 재평가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회사 장비만으로 어려웠던 검증이 가능해졌다. 그는 "연구 결과가 기업 기술 개발에 활용된 데 이어 학술지 게재로 이어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다양한 업종 재직자와 공부하는 것도 자극제가 됐다. 반도체뿐 아니라 방위산업과 자동화, 2차전지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문제를 보는 시야를 넓혔다. 옥 선임매니저는 진학을 고민하는 예비 지원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오늘이 빠른 날"이라고 말했다.
옥 선임매니저 연구가 논문으로 이어지는 데는 김준서 지도교수 역할도 컸다. 재직자는 문제엔 탁월하지만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또 다른 영역이다.
김 교수는 문제를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검증 방법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으며 현장 사정을 배울 수 있어 서로 배우는 관계에 가깝다"고 했다.
연구 주제에 맞춰 교수나 연구원을 연결하는 개방형 지도교수 선정 방식도 강점이다. 그는 "서로 다른 업종의 동료들이 한 강의실에서 각자 문제를 나누고, 교수가 그 문제를 학문으로 정리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DGIST 정순문 첨단기술공학과장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DGIST 제공
◆기업 난제를 학위과제로, 지역기업 협력 확대는 필수
DGIST 공학전문대학원은 산업 현장의 기술적 난제를 대학 연구와 연결하는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 재직자가 현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학위 연구과제로 삼는다. 교수진이 문제 정의부터 연구와 검증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DGIST는 2024년 5월 경북도·구미시와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 같은해 9월 첨단기술공학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3월 정식 개원했다. 첫해 16명, 2026학년도 21명이 입학해 현재 재학생은 37명이다.
이들은 반도체 소재·부품, 방위산업, 자동화·로봇, 자동차 부품, 2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대기업부터 구미지역 중소·중견기업, 공공기관까지 소속도 다양하다.
교육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업의 기술적 문제를 학위 주제로 삼는 게 특징이다. 방학 기간엔 부트캠프·공학 리더십 캠프를 열어 전공별 공동과제 수행과 전문가 특강, 연구성과 발표를 진행한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대학원 운영을 위한 공간과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구미시는 최근 학생 창업과 기업 육성을 위한 공유 오피스 공간도 추가로 제공했다.
지역기업 맞춤형 교육과 재학생 창업기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월덱스와 화합물 반도체 소재 및 공정 기술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계양정밀 등 지역기업과 전문인력 양성 및 산학협력 업무협약도 맺었다. 네스트(대표 장승원)는 심전도 신호를 AI로 분석, 치매 환자의 이상행동을 사전 인지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6억600만원 규모의 '산·학·연 Collabo R&D 사업'에 선정돼 2년간 연구를 진행한다.
DGIST 이건우 총장은 "재학생과 지도 교수진의 노력으로 짧은 기간에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이를 토대로 공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를 높이겠다"고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재직자들이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은 구미시가 지향하는 산학협력의 좋은 모델"이라며 "공학전문대학원과 지역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DGIST 공학전문대학원은 오는 5~19일 2027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총 20명을 모집하며 1단계 서류, 2단계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홍성욱 DGIST 공학전문대학원장, "지식은 현장과 만날 때 더 큰 가치…산업과 첨단기술 잇는 가교 될 것"
DGIST 홍성욱 공학전문대학원장이 공학전문대학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DGIST 제공
DGIST 홍성욱 공학전문대학원장은 기계공학 엔지니어로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35년간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했다. 삼성전기 연구원을 거쳐 금오공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정밀공학회장과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CRB)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공학전문대학원장에 취임한 그는 산업 현장의 기술적 난제를 교육과 연구로 연결하는 공학교육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홍 원장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산업 현장 목소리를 교육과정에 반영, 배운 지식과 기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 철학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에 담겼다. 기업이 직면한 기술적 난제를 교육과 연구 주제로 삼고, 재직자인 학생들이 새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해결 방안을 찾는 방식이다.
홍 원장은 35년간 교육 경험을 대학원 운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산업계 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평가와 기획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이 현장 문제를 연구 주제로 발전시키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산업과의 협력도 주요 과제다. 구미는 반도체·방위산업·로봇·2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집적된 지역이어서 기업 기술 경쟁력을 높일 대학과 연구기관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홍 원장은 "산업 현장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건 기업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교육과 연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역기업의 기술적 난제를 DGIST 본원 연구자들과 함께 발굴해 공동연구와 기술개발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캠퍼스에서 DGIST 본원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교육 모델을 발전시킨다는 각오다. 재직자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첨단기술을 배우고, 기업은 교육과 연구 성과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미 모델이 정착하면 교육 수요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DGIST와 DGIST 공학전문대학원 도식화. DGIST 제공
DGIST 공학전문대학원 목표와 운영 도식화. DGIST 제공
홍 원장은 "지식은 현장과 만났을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며 "공학전문대학원이 산업 현장 문제를 해결하고 인재를 키우는 동시에 첨단기술과 산업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