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49% 반대 51%, 311표 차
140일 협상 끝 잠정합의 무산
파업 예고 재연되나 노사 촉각
상반기 영업익 43% 감소 부담
포항 지역민 불안감 커져
포스코 노조가 17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51%(4,744표)로 합의안이 부결됐다. 사진은 포스코 노조 사무실 전경. 김기태기자
포스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140일 협상 끝에 가까스로 마련된 올해 임금교섭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 노조가 이날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9천177명 중 4천744명(51%)이 반대표를 던져 찬성 4천433명(49%)을 311표 차로 앞섰다.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한 잠정합의안은 효력을 잃었고, 노사는 재교섭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포스코 측은 투표 직후 "노사상생 이념을 바탕으로 경영여건과 직원들의 정서를 깊게 고민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끝까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의안은 지난 6월 16일 교섭을 시작한 지 140일 만인 지난 10월 30일 도출됐다. 기본임금 2.6% 인상,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타결축하·노사화합장려금 20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이 뼈대였고, 명절상여금 상향과 의료비 지원 개선도 담겼다.
합의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측은 7월 목표 영업이익 달성을 전제로 기본급 1.2%와 격려금 200만원을 처음 제시한 뒤 8월 1.5%, 9월 2.0%로 인상률을 높였다. 10월 14일에는 2.2%와 일시금 450만원, 복지포인트 40만원, 1호봉 상당의 특별 임금조정안까지 내놨다. 석 달 새 기본급 인상률이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7.1%,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 공개 요구안에서 크게 물러서지 않았다. 최초 요구와 사측 제시안의 기본급 격차는 4.6%포인트에 달했다.
협상은 중간에 파행을 겪었다. 7월 6차 교섭이 불발된 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로 넘어갔지만, 8월 18일 조정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9월 9일 48시간, 16일 120시간 규모의 부분파업에 나섰고, 9월 중순 중단된 교섭은 10월 노조 집행부 선거를 거쳐 재개됐다. 노조는 11월 2일 저녁부터 무기한·단계적 확대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하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으나, 그에 앞서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막판 극적 타결로 보였던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갈등 재연 가능성이 다시 커졌다. 노조가 재교섭에서 추가 개선안을 요구하며 쟁의 수위를 높일 경우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철강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43% 줄어든 상황이다. 노사 갈등이 길어질수록 경쟁력 회복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
투표 부결 소식에 지역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 가동 여부가 지역 경제와 직결되는 포항에서는 갈등이 장기화하면 식당과 상점, 협력업체 등 지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앞서 투표를 앞두고 포항시민 김상일(72) 씨는 "포스코가 멈추면 식당과 상점, 협력업체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며 원만한 마무리를 바란 바 있다. 박용선 포항시장과 지역 정치권 역시 노사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매듭지어 주기를 당부했던 만큼, 부결 결과를 접한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역 상인과 협력업체 사이에서는 재교섭이 조속히 이뤄져 더 이상의 파업 없이 사태가 수습되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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