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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의 캠퍼스 오디세이] 독일은 왜 10년 뒤 대학정책 자체를 평가했나

2026-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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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인정·효과는 신중
잦은 공모로 계획왜곡 조장
쇼윈도 사업이 개혁 밀어내
지원 끝나면 지속가능성 위기
장기연구엔 중간평가 줄여야

박종문 논설위원

박종문 논설위원

독일은 엑설런스 이니셔티브를 10년 가까이 운영한 뒤 정책 자체를 평가의 시험대에 올렸다. 지원받지 못한 대학까지 포함해 독일 대학체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평가했다.


2016년 국제전문가위원회가 내놓은 평가보고서가 전환점이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교수이자 스위스 국립과학재단 연구위원장을 지낸 디터 임보덴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 10명 중 8명이 독일 밖 기관 소속이어서 '임보덴위원회'는 독일 대학정책을 외부의 눈으로 들여다본 셈이었다.


성과는 분명히 인정했다. 엑설런스 이니셔티브는 독일 대학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고 국제화를 앞당긴 것으로 평가했다. 대학들은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전략을 구체화했고, 대학과 막스플랑크 등 외부 연구기관의 협력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3년 대학원학교에서 지원받은 박사과정생의 37%가 해외 기관 출신이었고, 엑설런스 클러스터가 채용한 교수의 48%도 해외에서 영입됐다. 다만 국제화는 정책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엑설런스 이니셔티브가 그 흐름을 더욱 강화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국제화를 새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봤다.


2008~2011년 엑설런스 클러스터 논문의 25.9%가 세계 상위 10% 고피인용 논문에 들었다. 독일의 대표적 기초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협회의 22.6%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이 정책 자체의 효과만으로 생겼다고 보지는 않았다. 새로운 연구강점을 만들어낸 것인지, 이미 강한 연구집단을 더 크게 묶어 더 잘 보이게 만든 것인지는 명확히 가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위원회는 엑설런스 이니셔티브 정책이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도 정확하게 짚었다. 미래전략(대학)에 대한 평가가 특히 흥미롭다. 공모 과정이 서로 다른 학문분야와 이해관계를 조정해 대학 전체의 발전방향을 함께 논의하도록 만든 것은 긍정적 성과로 봤다. 그러나 미래전략을 몇 년마다 다시 쓰게 하면 대학은 그때마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미래혁신계획을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위원회는 바로 이 모순을 지적했다. 경쟁에서 돋보이기 위해 혁신적으로 보이는 각종 '쇼윈도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유인이 생기고, 실제로 더 필요하지만 덜 화려한 개혁은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봤다. 기획서를 잘 쓰는 대학과 실제로 대학을 잘 혁신하는 대학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문제제기였다. 그래서 대학 단위 지원은 새로운 계획서를 반복해서 받기보다 지난 7~8년간 실제로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평가해 지원 대상을 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성과가 남는지도 따졌다. 위원회는 많은 경우 지원이 끊기면 만들어놓은 조직과 사업을 대학 자체 힘으로 이어가기 어렵거나 지속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봤다. 특히 대학을 장기적으로 바꾸라고 지원한 미래전략 자금조차 일부 대학에서는 구조개혁 재원이 아닌 만성적 재정부족을 메우는 추가재원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연구 클러스터가 대학 안에서 별도 조직처럼 커지면 대학본부·단과대학·연구소와의 통합과 조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연구성과를 자주 평가하는 것도 경계했다. 고위험·고성과 연구가 단기 성과에 매달리지 않도록 7~8년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중간평가는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또 젊은 연구자에게 박사후연구원 자리가 늘면서 학계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시점이 오히려 늦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평가를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다음 편에서는 임보덴위원회의 평가가 실제 엑설런스 전략 개편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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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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