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 기자<사회3팀>
지난 2일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기공식. 김장호 구미시장은 삼성의 투자에 감사를 전하고 '애니콜 신화'에 이은 '로봇 신화'를 기대한다는 축사를 마칠 무렵 반도체 팹 이야기를 꺼냈다. 다른 지역의 투자가 지연되면 구미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김 시장은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도 같은 건의를 했다.
삼성과 정부를 향한 김 시장의 잇따른 건의는 다른 지역의 투자계획과 별개로 구미가 갖춘 산업적 기반과 입지 경쟁력도 검토해 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전력망 논란은 이를 뒷받침한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전력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대구 신달성변전소 등 다른 지역에 배정된 변압기를 전용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한전은 다른 지역의 전력 공급이 지연된다는 해석을 부인했지만, 반도체 팹 입지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막대한 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물 문제 역시 다르지 않다.
구미가 내세우는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2025년 경북의 전력자립도는 251%로 전국 1위다. 또 구미국가5산단에는 345kV급 송전망과 500MW급 천연가스발전소가 갖춰져 있다. 낙동강 수계를 기반으로 한 산업용수 공급 능력도 68만t 여유가 있다. 비수도권 유일의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반도체 소재·부품 관련 기업 300여 곳이 집적해 있다. AI에게 대한민국 반도체 팹 최적지가 어디냐고 물으면 현재 팹이 조성된 경기 남부를 제외하고 '구미'라는 답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미시와 김 시장은 지난 6월 반도체 팹 유치를 위해 구미국가5산단 2단계 산업용지 약 82만평을 평당 1천원에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엿새 뒤 열린 민선 9기 취임식에서는 김 시장과 시민·공직자 등 1천여 명이 '반도체 포기는 없다'는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반도체 팹 유치를 향한 지역사회의 의지를 보였다.
물론 이것만으로 구미가 반도체 최적지라고 할 수는 없다. 팹 가동에 필요한 전력·용수 실제 공급능력과 기반시설, 전문인력 확보, 기업의 투자전략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렇다고 지역 간 유치 경쟁이나 기존의 결정에만 얽매일 문제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산업적 경쟁력, 국가적 효율성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구미 역시 그 기준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포기는 없다.' 김 시장이 거듭 강조해 온 이 말에는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구미가 갖춘 산업적 기반과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해 달라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 최적지는 구미'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