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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배움에는 나이도, 거리도 없다”…봉화군 남애림 주무관이 그리는 ‘평생학습의 미래’

2026-11-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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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도시 지정 3년 만에 학습자 3.5배 증가…찾아가는 교육으로 농촌의 학습격차 해소
“한글 깨친 어르신의 시 한 편이 가장 큰 성과”…배움을 개인의 성장 넘어 공동체 활력으로

봉화군청 평생교육 담당 남애림 주무관. 본인제공

봉화군청 평생교육 담당 남애림 주무관. 본인제공

"평생학습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는 일이 아닙니다. 배움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이웃과 소통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고,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모여 지역 전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됩니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일상이 된 농촌에서 교육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공무원이 있다. 봉화군청 평생교육 담당 남애림 주무관이다. 그가 생각하는 평생교육의 가치는 강좌 수나 수료증에 있지 않다. 배움에서 멀어졌던 주민이 다시 세상과 소통하고, 그 변화가 마을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


봉화군은 2023년 교육부의 평생학습도시 지정 이후 교육 기반을 꾸준히 확충해 왔다. 2022년 62개였던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2025년 122개로 약 2배 늘었고, 같은 기간 학습자는 1천18명에서 3천608명으로 3.5배 증가했다.


남 주무관은 "참여 인원이 늘어난 것도 의미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군민들의 일상이 실제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평생학습이 일부 주민의 취미활동을 넘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적인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교육 접근성'이다. 산간마을이 넓게 분포한 봉화에서는 교육시설까지 이동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특히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고령 주민에게 배움은 의지보다 거리가 먼저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봉화군이 강사가 직접 마을을 찾아가는 교육방식을 확대하는 이유다. 올해 찾아가는 배달강좌 24개와 9개 읍·면 평생학습센터의 29개 강좌를 통해 800여 명의 군민이 생활권 가까이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고 있다.


"도시에 비해 교육시설이 부족하고 이동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까지 제한돼서는 안 된다. 군민이 어디에 살든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이 먼저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접근은 단순한 교육서비스 확대를 넘어 농촌의 구조적 불평등을 줄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받을 권리가 거주지나 이동 능력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농촌형 평생학습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 성인문해교육이다. 어린 시절 가난과 농사일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어르신들이 한글을 익히고, 생활문해와 디지털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상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동식 키오스크를 활용해 경로당에서도 직접 화면을 누르고 메뉴를 선택하는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던 일상적인 활동을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남 주무관은 "어르신들에게 한글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 안내문을 읽고 가족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작은 경험이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것은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이었다. 평생 가슴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처음 자신의 글로 세상에 내놓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평생교육의 본질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농사일에 매달리느라 공부하지 못했던 사연과 글을 몰라 겪었던 서러움이 시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작품을 보면 평생교육은 글자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삶과 존엄을 되찾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열린 '2026년 평생학습 성과공유회'도 잊을 수 없다. 춘양면 강태영 할머니가 많은 사람 앞에서 천자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 낭송한 순간이다.


남 주무관은 "강태영 할머니의 천자문 낭송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 앞에서는 나이가 결코 장벽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평균연령 75세 어르신들의 웰빙댄스와 악기 연주, 시낭송 역시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령사회에서 평생교육은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주민 간 관계를 회복하는 생활복지의 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봉화의 자연환경을 교육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열린 '평생학습 힐링 캠핑'에는 67명이 참여해 북토크와 작은 콘서트, 명상 등을 경험했다.


"배움이 반드시 책상 앞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 봉화의 자연과 문화자원도 훌륭한 교육 공간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봉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평생학습을 만들어 가고 싶다."


남 주무관이 앞으로 주목하는 과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변화로의 전환이다. 강좌와 참여 인원을 늘리는 단계에서 나아가 교육 이후에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배우고 교류하며 그 성과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강좌를 개설했는가보다 군민이 배움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주민 스스로 배우고, 나누고, 다시 가르치는 선순환 구조가 지속 가능한 평생학습도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농촌 평생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한 수강 인원보다 교육을 통한 일상생활의 자립, 사회참여 확대, 학습동아리의 지속성 등을 살펴야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주무관은 평생교육이 특정 세대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르신에게는 활기찬 노후를, 청년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지역사회에는 소통과 화합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움에는 정해진 나이도, 늦은 시기도 없다. 새롭게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평생학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군민 한 분 한 분이 일상 가까이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인구 감소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역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서로 배우며 관계를 이어가는 공동체를 조성하는 일은 지금부터 가능하다.


한글을 깨친 어르신의 시 한 편, 경로당에서 처음 눌러본 키오스크 화면, 일흔다섯에 시작한 새로운 춤. 남애림 주무관이 만들어가는 봉화형 평생학습의 가치는 거창한 구호보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에 있다.


그는 "배움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마을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고령화된 농촌에서 평생교육이 지닌 가장 현실적인 미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이미지

황준오

현장의 작은 변화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읽는 보도로 봉화의 오늘과 내일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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